손 타박상으로 선발 제외…승부처서 서진용 상대로 짜릿한 적시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두산 베어스 주장 허경민(33)은 SSG 랜더스 마무리 투수 서진용에게 강하다.
남다른 집중력과 타격 기술을 갖춘 허경민은 서진용의 주 무기인 포크볼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때가 많았다.
허경민은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와 홈경기 이전까지 개인 통산 서진용과 17번 맞대결해 14타수 5안타 볼넷 2개, 타율 0.357, 출루율 0.438을 올렸다.
허경민은 이날 열린 SSG전 0-2로 뒤진 9회말 마지막 공격을 앞두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SSG는 마무리 서진용을 투입했고,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있던 허경민은 대타 출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승엽 두산 감독은 허경민을 호명하지 않았다.
선두 타자 양석환의 좌전 안타와 양의지의 사구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김재환 대신 이유찬을 투입했다.
이유찬은 희생번트를 시도했으나 3루 주자가 잡혀 무위로 끝났다.
이어 서진용의 폭투와 강승호의 내야 땅볼로 1-2로 추격했고, 1사 3루 기회가 이어졌다.
허경민은 다시 대타 출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승엽 감독은 박준영 타석 때 김인태를 불렀다. 김인태는 볼넷을 얻어 출루했다.
후속 타자 박계범은 그대로 타석에 나섰고, 고의 4구로 출루했다.
두산은 2사 만루 역전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승엽 감독은 허경민을 불렀다.
허경민은 “대타 출전을 기대했는데 기회가 찾아오지 않아서 안타까웠다”라며 “중요한 순간에 감독님이 부르셨고, 타석으로 들어갈 때 관중들이 환호해 엔도르핀이 치솟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 이승엽 감독이 허경민을 늦게 부른 이유가 있었다.
허경민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그는 최근 오른손을 다쳤다. 타박상 증세가 심하진 않지만, 타격할 때마다 통증이 따라왔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허경민에게 통증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타석에 들어설 때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라며 “동료들이 만든 역전승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천적’ 허경민이 타석에 들어가서였을까. 서진용은 폭투를 던졌다.
공은 땅에 튀어 뒤로 흘렀고, 3루 주자 김인태가 홈을 밟아 2-2 동점이 됐다.
허경민은 “마음이 편해지더라”라며 “그저 한 개의 안타만 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허경민은 서진용의 포크볼을 노렸다. 그는 “포크볼이 좋은 투수라서 그 공만 기다렸다”고 말했다.
서진용은 예상대로 1볼 1스트라이크에서 포크볼을 던졌다.
공은 허경민의 몸쪽으로 높게 날아왔다.
허경민은 기다렸다는 듯 당겨쳤다.
공은 좌중간으로 날아갔다. 경기를 마무리하는 짜릿한 역전 끝내기 적시타였다.
그는 포효하며 동료들과 짜릿한 끝내기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경기 후 만난 허경민은 “손 부상은 괜찮다”라며 “치열한 5강 싸움의 중심에서 중요한 경기를 잡아 기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순위 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부상으로 빠져 마음이 무거웠다”라며 “오늘 어느 정도 빚을 갚은 것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6위 두산은 이날 승리로 4위 KIA 타이거즈와 5위 SSG를 한 경기 차로 추격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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