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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이게 리그 꼴찌인데, 그런데도 ‘마구’가 되다니… MLB를 꽁꽁 얼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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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구종과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는 류현진 ⓒ연합뉴스/AP통신
▲ 다양한 구종과 정교한 제구력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는 류현진 ⓒ연합뉴스/AP통신

▲ 류현진은 커브와 다른 구종 사이의 속도 차이를 극대화시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 류현진은 커브와 다른 구종 사이의 속도 차이를 극대화시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6‧토론토)을 대표하는 단어는 커맨드, 제구력, 그리고 체인지업과 같은 것들이었다.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정교한 제구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서도 플러스 구종으로 평가받는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했다.

그런데 요즘 류현진의 경기에서 체인지업이 화제로 떠오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주무기가 워낙 잘 알려져 있는 이유도 있지만, 체인지업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변화구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낙차가 큰 커브다. 캐나다 스포츠 네트워크이자 토론토의 주관 방송사인 ‘스포츠넷’ 해설진은 물론, 상대 팀 중계진과 각종 매체까지 류현진의 커브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나섰다. 신기하게 바라보는 감도 있다.

류현진이 커브를 안 던지던 투수는 아니었다. KBO리그 시절부터 간혹 던지곤 했다. 다만 결정구는 아니었다.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는 용도라든지, 보여주기 용도가 강했다.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시즌인 2013년에도 커브 구사 비율은 9.8%로 슬라이더(13.9%)보다 오히려 더 떨어졌다. 류현진의 구종별 구사 비율에서 가장 말단에 있던 구종이 바로 커브였다. 반대로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22.7%였다.

그러나 류현진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어깨 수술을 받고, 나이가 들자 구속이 예전만 못해진 것이다. 마음을 먹으면 95마일(152.9㎞)을 찍던 류현진은 이제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자 류현진은 다양한 구종을 던지며 이 위기를 헤쳐 나가기 시작한다. 싱커와 커터를 던지고, 여기에 커브 구사 비율을 높였다. 다양한 구종, 그리고 그 구종 사이의 구속 차이로 타자를 요리하는 방법을 터득해갔다. 괴물은 괴물, 천재는 천재였다.

10% 초반대였던 류현진의 커브 구사 비율은 점차 올라 올해는 17.8%까지 올랐다. 단순히 구종의 구사 비율만 오른 게 아니다. 중요할 때 쓰는 경우가 많아졌다. 2021년까지만 해도 2S 이후 커브를 쓰는 비율은 15.3%에 머물렀다. 여전히 체인지업(2S 이후 28.2%)이 결정구였다. 포심 구속이 떨어지다 보니 정면으로 붙어야 할 때는 커터(2S 이후 29.5%)를 주로 썼다.

▲ 팔꿈치 수술 복귀 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는 류현진
▲ 팔꿈치 수술 복귀 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고 있는 류현진
▲ 류현진의 커브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위권 성적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AP통신
▲ 류현진의 커브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위권 성적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AP통신
▲ 느리고 낙폭이 큰 커브는 기본적으로 정확한 콘택트가 쉽지 않다
▲ 느리고 낙폭이 큰 커브는 기본적으로 정확한 콘택트가 쉽지 않다

그런데 올해는 2S 이후 커브 구사 비율이 21.9%까지 올라왔다. 2S 이후 커브 피안타율은 단 0.100에 불과하고 장타 허용 비율도 굉장히 낮다. 반대로 헛스윙 비율은 25%로 수준급이다. 2S 이후 커브 평균 구속은 67.9마일(109.3㎞)에 불과하다. 이는 올 시즌 커브 평균 구속(68.7마일)보다도 더 낮다. 결정구를 던질 때는 더 느리게 던지는 것이다.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기 위해서인데, 이 구속 조절이 가능하다는 자체가 대단한 감각이다.

류현진의 올해 커브 평균 구속(68.7마일)은 메이저리그 최하위권도 모자라 그냥 꼴찌다. 100구 이상 커브를 쓴 투수 중 가장 낮다. 뒤에서 두 번째가 팀 동료인 크리스 배싯(70.6마일)인데 그래도 평균 70마일은 넘는다. 평균 60마일대 커브를 구사하는 유일한 선수인 셈이다. 대신 낙차가 크고, 원하는 곳에 자유자재로 떨어뜨린다. 심지어 70마일대 체인지업을 떨어뜨린 그 곳에 곧바로 더 느린 커브를 꽂아 넣는다. 타자들로서는 미칠 노릇이다.

포심과 구속 차이가 40㎞ 이상 나니 타자들은 커브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커브를 노리고 있는데 다른 구종이 들어오면 아예 치지를 못한다. 그래서 커브를 노리면 다른 구종을 버려야 하는 도박이 필요하다. 이 도박이 먹히는 경우도 있는데 당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커브를 노리고 있다 한가운데 포심에 루킹 삼진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여기에 커브의 궤적 자체가 좋아 올해 헛스윙 비율이 35.8%에 이르고, 포심과 더불어 가장 많은 삼진(9개)을 잡아낸 효자 구종으로 등극했다. 노리고 있어도 치기 쉽지 않은 낙폭인 것이다. 그런 류현진의 커브 기대 피안타율(xBA)은 0.169에 불과하다. 실제 피안타율(.219)보다 더 낮다는 건, 오히려 커브 피안타는 운이 없는 상황에서도 좋게 유지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전체 투구의 15% 이상을 커브로 던지면서 총 커브 구사 개수가 300구가 넘는 선수들을 추리면, 류현진보다 xBA가 낮은 선수는 블레이크 스넬(샌디에이고‧0.100), 타일러 글래스나우(탬파베이‧0.109), 코빈 번스(밀워키‧0.123) 등을 포함해 10명 정도 밖에 안 된다. 류현진의 커브가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위력을 가진 커브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류현진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언제 어느 시점에 무지개 커브를 떨어뜨려 상대 타자들을 꽁꽁 얼리는지가 되고 있다.

▲ 보스턴전에서 시즌 4승째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류현진 ⓒ연합뉴스/AFP통신
▲ 보스턴전에서 시즌 4승째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류현진 ⓒ연합뉴스/AF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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