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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노니가 남긴 과제… KIA에는 페디가 없다, 최대한 높은 곳에 먼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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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대구 삼성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토마스 파노니 ⓒKIA타이거즈
▲ 12일 대구 삼성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토마스 파노니 ⓒKIA타이거즈

▲ 파노니의 패스트볼 구속은 평소보다 1~2km가 더 떨어져 이날 최저점을 찍었다 ⓒKIA타이거즈
▲ 파노니의 패스트볼 구속은 평소보다 1~2km가 더 떨어져 이날 최저점을 찍었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KIA 외국인 에이스 토마스 파노니(29)는 12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5⅓이닝 동안 7실점하고 패전을 안았다. 올해 팀에 재입단한 뒤로는 최악의 투구였다.

파노니는 직전 9경기에서는 모두 3실점 이하로 잘 버텼다. 압도적인 맛은 없지만 안정적인 이닝 소화로 영입 당시 기대했던 몫을 해주고 있었다. KIA가 7월 이후 대반격에 나설 수 있었던 하나의 원동력이었다. 삼성전 전까지만 해도 평균자책점은 2.81로 좋았다. 그러나 이날 실패로 평균자책점이 3.65로 껑충 뛰었다.

1회 오재일에게 만루 홈런을 얻어맞는 게 결정적이었다. 커브가 밋밋하게 몰렸다. 김종국 KIA 감독은 당시 파노니의 투구 내용에 대해 “직전 경기(9월 6일 두산전)보다는 커맨드에 문제가 있었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나 싶다”면서 “특히 커브에 대한 커맨드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구위 자체는 나쁜 편이 아니었지만 전체적으로 두산전보다는 커맨드가 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원인을 짚었다.

김 감독은 구위가 나쁘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파노니의 이날 구속은 평소보다 뚝 떨어져 있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7월 25일 창원 NC전 당시 파노니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4.4㎞, 커터 평균 구속은 139.9㎞였다. 다만 이후 경기들에서는 포심 평균 구속이 2㎞ 정도씩 떨어지는 경향이 발견됐다.

이 하락세는 12일 바닥을 쳤다. 이날 포심 평균 구속은 141.6㎞, 커터는 138㎞로 올 시즌 최저치였다. 파노니가 구속으로 승부를 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2~3㎞의 차이는 꽤 크다. 타이밍상 파울이 되느냐, 안타가 되느냐를 가르기에는 충분한 차이다. 여기에 커맨드까지 되지 않으면 난타를 당할 수 있다. 아무리 좌완이고 투구폼이 독특하다고 해도, 가운데 몰리는 140㎞대 초반의 공을 치지 못할 리그 수준은 아니다.

▲ 구속이 빠르지는 않은 파노니는 커맨드가 되지 않으면 위험할 여지가 있다 ⓒKIA타이거즈
▲ 구속이 빠르지는 않은 파노니는 커맨드가 되지 않으면 위험할 여지가 있다 ⓒKIA타이거즈
▲ 페디는 큰 경기에서도 한 판을 홀로 잡아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투수다 ⓒ연합뉴스
▲ 페디는 큰 경기에서도 한 판을 홀로 잡아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투수다 ⓒ연합뉴스

파노니의 12일 삼성전 투구 내용은 KIA에 또 하나의 잠재적 고민을 안기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투구다. 7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탄 KIA는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이고 있다. 그러나 어디서 시작하느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확실한 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가면 살 떨리는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타격은 막강하지만, 가을 무대에서 통할 만한 확실한 에이스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파노니는 분명 좋은 투수다. 하지만 그 확신까지는 주지 못한다. 외국인 2선발로는 이만한 선수가 없지만, 한 경기를 확실하게 책임질 1선발 몫을 할 수 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포스트시즌은 KBO리그에서 가장 야구를 잘한 5개 팀이 모인다. 그리고 가장 좋은 타자들이 나서고, 그 좋은 타자들이 시즌 들어 가장 높은 집중력과 가장 철저한 분석 속에서 타석에 들어선다. 그래서 “공이 느린 투수는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있고, 실제 그런 경우가 많았다. 큰 무대에서 커맨드가 완벽할 수는 없고, 그래서 그런 상황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이는 KBO리그나 메이저리그나 공히 드러나는 경향이다. 

이 때문에 포스트시즌애서는 결국 강력한 구위로 상대를 윽박지를 수 있는 구위형 투수의 중요성이 커진다. 그 선수들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최대한 높은 위치에서 가을을 시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시리즈 직행 프리미엄이 중요한 건 이와도 연관이 있다. 지난해 SS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윌머 폰트를 생각하면 쉽다. 폰트는 구종은 단순했지만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력한 패스트볼 하나로 기세 좋았던 키움 타선을 정리하며 시리즈의 영웅이 됐다. 아무리 집중력이 좋아도 결국 물리적인 힘은 못 이겼던 것이다.

파노니는 그런 유형의 투수가 아니고, 반대로 타 팀들은 그런 유형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에릭 페디(NC)나 라울 알칸타라(두산)는 말할 것도 없고, 나머지 팀들도 150㎞을 던질 수 있는 힘 좋은 외국인 투수들이 있다. 윌리엄 쿠에바스(kt)처럼 큰 경기만 가면 더 힘을 내는 선수도 존재한다. KIA 타선이 막강하다고 해도 이 선수들을 상대로 펑펑 점수를 내기는 어렵다. 

이는 KIA가 지난해 검증된 두 외국인 투수를 모두 포기하고 ‘파워 피처’를 찾았던 이유와도 일치한다. 타선의 힘을 극대화하려면, 되도록 더 많은 경기를 치르는 시리즈로 끌고 가야 유리하다. KIA가 현재 순위인 4위에 만족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편으로는 지난해보다 팀이 더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지난해(최종 5위)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

▲ 팀의 잠재적 약점을 지우고 성장을 증명하려면 KIA는 4위 성적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KIA타이거즈
▲ 팀의 잠재적 약점을 지우고 성장을 증명하려면 KIA는 4위 성적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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