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황희찬, ‘맨시티 상대할 땐 개처럼 뛰어야 해’ 조언”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세르비아 프로축구의 명문 구단 츠르베나 즈베즈다에서 새 출발하게 된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출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빠른 적응을 다짐했다.
즈베즈다 구단은 14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홈 경기장에서 황인범의 입단식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던 황인범은 최근 이적 문제로 갈등을 겪은 끝에 세르비아로 무대를 옮겼다.
3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컵대회 우승을 차지한 세르비아의 강호인 즈베즈다는 4년 계약으로 황인범을 영입했다.
이적 발표는 이달 초에 이뤄졌으나 황인범은 웨일스와 잉글랜드에서 열린 한국 국가대표팀의 원정 A매치 2연전에 출전한 뒤 즈베즈다엔 이날 정식 합류했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66번’ 유니폼을 받은 황인범은 “이 클럽과 팬을 위해 뛰게 돼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새로운 클럽에 오면 시스템이나 환경 등 모든 것에 적응해야 하는데, 난 꽤 빨리 적응하는 선수”라며 “올림피아코스나 (러시아) 루빈 카잔, 캐나다(밴쿠버)에서 그랬듯이 여기서도 빨리 적응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황인범은 “UCL에서 뛰는 것은 내가 여기 온 이유 중 하나다. 선수라면 누구나 세계 최고의 대회인 UCL에서 뛰고 싶어 하고, 나도 마찬가지”라며 “동료들, 코치진, 팬들과 함께 뛸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즈베즈다는 이번 UCL 조별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이하 맨시티), 라이프치히(독일), 영보이스(스위스)와 함께 G조로 묶였다. 1차전 상대가 지난 시즌 UCL을 포함해 트레블을 이룬 맨시티다.
황인범은 “UCL에선 쉬운 조가 없다. 우리 조에 강한 팀들이 들어왔는데, 맨시티 같은 빅 클럽과 대결하는 게 기대된다”면서 “어느 팀을 상대로든 우리는 이길 수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인 동료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에게 맨시티와 관련해 들은 조언도 전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맨시티를 상대로는 90분 동안 미친 듯이 많이 뛸 준비를 해야 한다’, ‘개처럼 뛰어야 한다’고 하더라”고 밝힌 황인범은 “우리가 계속 수비만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기기 위해서 공격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현지시간으로 맨시티전 다음 날인 9월 20일에 만 27세 생일을 맞이하는 황인범은 “승리도, 생일도 축하해야 한다”며 재차 승리를 향한 의지를 표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즈베즈다가 황인범 영입에 쓴 이적료는 500만 유로(약 70억원)로, 구단 사상 최다 기록이다.
이와 관련해 황인범은 “훌륭한 클럽에 최다 이적료 기록으로 온 건 좋은 일”이라면서 “아무 부담감이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다. 부담감을 잘 다스릴 수 있을 거로 생각하고, 경기장에서 나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팀이 많은 득점을 올리기를 바라며 많은 도움으로 팀을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포지션에 대해선 “중원 어느 위치에서든 뛸 수 있다. 감독님은 내가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해 주길 바라시는 것 같은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라며 “감독님과 미팅을 통해 명확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선 한국 축구나 벤투 전 국가대표 감독(현 아랍에미리트 감독)과 관련한 질문도 나왔다.
황인범은 “세르비아의 많은 분이 손흥민이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을 알 것이다. 특히 민재는 내 ‘베스트 프렌드'”라고 소개하며 “K리그에서 유럽에 막 진출한 선수도 많고,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며 “더 많은 선수가 유럽에 와서 자신을 보여주길 바란다. 국가대표팀이 이미 강하지만,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벤투 감독 시절 대표팀에서 ‘황태자’로 불렸던 그는 “감독님이 나를 항상 뛰게 해 주셔서 나는 한국에서 감독님의 ‘아들’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감독님과 나에 대한 비판이 있을 정도였다”며 “나를 늘 믿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지금도 벤투 감독님이 가끔 전화나 메시지로 안부를 묻곤 하신다”고 전한 황인범은 “감독님 없이 내 커리어를 설명하기 어렵다. 그와 함께하며 많이 성장했다. 나의 ‘포르투갈인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고 각별한 마음을 표현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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