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한지 플릭 감독이 일본전 참패로 경질됐다. 독일축구협회(DFB)가 생긴 이래 123년 만에 경질이 된 사례는 최초인 수모다.
독일축구협회 DFB는 10일(한국시간) “DFB 주주총회와 감사위원회는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축구협회장의 제안으로 플릭 감독과 두 명의 코치를 즉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발표했다.
노이엔도르프 회장은 “남자 축구 대표팀이 최근 실망스러운 결과를 거두면서 새로운 자극들이 필요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치러지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선수권대회(유로) 대회를 위해서라도 우리에겐 새로운 돌파구, 자신감과 같은 자극들이 필요하다”라며 경질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플릭 감독은 독일 축구협회 123년 역사상 처음으로 경질되는 지도자란 최초의 불명예 사례가 됐다. 독일판 ‘스카이 스포츠’는 “플릭 감독이 경질된다면 DFB 123년 역사상 최초의 사례다. 독일 대표팀의 전임자 10명 가운데 누구도 협회를 통해 경질된 적이 없다”고 보도했다.
실제 꾸준히 사퇴설이 돌았던 요아힘 뢰프 전 감독을 포함해 독일의 역대 대표팀 감독은 임기 나 계약 만료 이후 물러나거나 대부분 자진 사퇴로 팀을 떠난 바 있다.
노이엔도르프 협회장 역시 “내 임기 중에 가장 힘든 결정이었다. 플릭 감독과 그의 코치들은 축구 전문가로서 매우 존중하고 나는 그들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DFB의 최우선 과제는 성공이다. 그렇기에 이번 경질 결정은 불가피했다”라고 경질의 사유를 덧붙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최근 부진한 독일 대표팀의 성적이 플릭 감독 경질의 도화선이 됐고, 앞선 일본전 참패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앞서 독일은 10일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열린 일본과의 A매치 친선전에서 1-4로 대패를 당했다.
전반 10분 이토 준야에게 선제골을 내준 이후 9분만인 전반 19분 르로이 자네가 만회골을 넣었다. 하지만 불과 3분 이후인 전반 22분 일본에 추가골을 허용하며 경기 내내 끌려다녔다. 그러다 후반 44분과 추가시간 일본에 연속골을 내주며 안방에서 참패로 무릎 꿇었다.
독일 입장에선 이미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1-2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굴욕을 경험한 바 있다. 약 10개월만에 다시 치른 일본과의 경기에서 완패를 당하게 된 셈이다.
경기 종료 후 독일 유력지 빌트가 “종말을 맞이했다”며 격정적인 어조로 플릭 감독을 비판했고, 독일 축구전문지 키커 역시 ‘재앙’이라는 단어로 이번 참패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월드컵에서의 계속된 실패로 독일의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5위까지 떨어진 상태. 반면 일본은 20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랭킹면에선 충분히 당할수도 있는 패배로 여겨지지만 독일 축구과 과거 세계를 이끌던 시절도 있었다는 걸 고려하면 일본과의 연패는 충격적인 결과. 패배 이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선 플릭 감독을 경질하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결국 플릭 감독은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을 비롯해 대표팀에선 초라한 커리어를 남긴 끝에 경질이란 굴욕을 경험하게 됐다. 뢰브 감독의 후임으로 부임해 카타르 월드컵 전까지 10승 5무 1패로 승승장구했던 플릭 감독이다. 하지만 정작 조별리그 탈락에 이어 올해 3월 치른 A매치 2연전 2번째 경기였던 페루전에서 2-0으로 승리한 이후 최근 5경기서 1무 4패로 매우 부진했다.
추락해 수장까지 잃은 ‘녹슨 전차’는 임시로 공동 체제가 된다. DFB는 “프랑스와의 A매치에서는 루디 푈러, 하네스 볼프, 산드로 바그너가 일회성으로 대표팀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최대한 빠르게 플릭 감독의 후임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one.2@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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