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이솔 기자) ‘어떠한 축구를 하기를 원하느냐’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6월 기자회견장에서 ‘어떤 전술을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클린스만에게 다시 묻고 싶다. ‘어떠한 축구를 하기를 원하느냐’고.
8일 오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피파랭킹 28위)이 ‘대 웨일스(피파랭킹 35위)’ 원정에서 0-0 무승부를 거두는 호성적을 기록했다.
축구 변방지역 아시아에서 무러 ‘유럽 중위권 팀’을 상대했던 이번 원정 경기(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는 우리나라가 상대의 위협적인 공격을 잘 방어해내며 0-0 무승부를 지켜냈다.
우리나라의 목표는 ‘3(5)백 기반 수비 연습’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EPL은 물론, 유럽 주요 축구팀들의 핵심 전술이었던 4-3-2-1(4-2-3-1) 기반의 측면 공격을 방어하기 용이한 5백은 4-4-2보다 전술적인 유동성도, 공격 전개시의 선택지도 넓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국가대표팀의 전술적 방향성인 원톱 기반 공격(조규성의 머리, 황의조의 결정력 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5-2-3(3-4-3)이 전술의 핵심이 됐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전반 13분부터 상대의 중원을 활용한 패스축구에 속수무책으로 실점한 뻔한 상황을 맞이했으며, 조규성의 머리를 노려야 할 크로스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상대 수비진의 집중마크를 받은 조규성이 앞뒤로 상대 수비에 싸여 있던 탓이었다.
측면에서는 계속해서 공간이 났다. 그러나 크로스도, 패스에 이은 슈팅도 다소 위력적이지 못했다.
이는 상대 수비진 뒷공간을 노리는 동적인 움직임이 없던 것이 원인이었다. 이날 웨일스의 수비진들은 굳이 패스길을 차단하려 뛰어다니는 대신 최전방 공격수들을 밀착마크하며 편안하게 수비했다. 이로 인해 최전방으로 공이 배급될 수 없었고, 슈팅 공간도 박스 바깥쪽에 한정됐다.
비록 부상 이슈가 있었으나, EPL 득점왕을 차지하는등 역습 전술에 특화된 손흥민이라는 선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표팀 공격의 대부분은 지공 상황에서의 크로스를 통한 득점에 한정됐다.
이어 상대 공격을 수비하는 전술 또한 애매했다. 그 동안의 ‘유럽 견문’에서 뭘 봤는지는 모르겠으나, 후반 막판에는 5-2-3이라는 전술을 활용하고도 수비블록 구축 및 대인마크 전술 모두가 실패하며 계속해서 상대 공격진들의 헤딩슈팅에 난타당했다. 추가시간 없이 끝내준 심판에게 감사해야 할 정도의 경기력이었다.
웨일즈가 그렇게 초강팀인가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직전 월드컵에서는 이란에게 0-2로 패배한 바 있으며, 지난 6월 마지막 A매치(유로 예선)에서는 아르메니아-터키에게 각각 2-4, 0-2로 패한 바 있다.
비록 패배하지는 않았으나, 결국 이번 경기로 클린스만 감독에게 또 하나의 의문점만이 남게 됐다. ‘유동적 전술 운영’을 펼칠 준비는 되었는가’다.
물론 이번 무승부가 최악의 결과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부분이 바로 ‘전술’인 만큼, 그가 선택한 전술에 더욱 눈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그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축구’가 부디 ‘무-패’축구를 넘어 ‘무전술 축구’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