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수원 유진형 기자] 지난 6일 LG는 3-0으로 앞서가다가 9회 마무리 고우석이 무너지면서 3-4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결과도 중요했지만, 패배하는 과정이 좋지 못했다. 9회말 2사 만루에서 황재균의 땅볼이 높은 바운드로 왔을 때 3루수 문보경이 공을 제대도 잡지 못했다. 문보경의 글러브를 스쳐 지나간 타구는 그대로 외야로 빠져나가며 황재균의 끝내기 안타로 KT의 극적인 역전승으로 끝났다.
이날 경기 후 문보경은 눈물을 훔치며 크게 낙심한 표정이었다. 선배들이 다독이며 격려했지만,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날 문보경은 보란 듯이 이겨냈고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7일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문보경은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는 4타수 3안타 3득점 1볼넷 1도루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자칫 슬럼프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염경엽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문보경의 이름을 그대로 올리며 확고한 믿음을 보여줬고 문보경은 믿음에 보답했다. 실책했다고 해서 선수를 빼면 오히려 성장할 수 없다. 문보경도 감독의 믿음대로 경기에 나가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문보경이 자신의 수비 실수로 인한 충격패의 여파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건 선배들의 노력이 있었다.
경기 시작 전 문보경이 훈련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왔지만,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때 선배들이 그의 곁으로 다가와 특별한 방법으로 격려했다. 바로 놀리기였다. 박동원과 박해민은 전날 문보경의 점프 수비를 흉내 내며 놀렸고 문보경은 창피해하며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선배들은 끝까지 따라가 계속해서 놀렸다. 그리고 어깨동무하며 ”괜찮다. 다 실수하며 성장하는 거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라며 따뜻하게 격려했다.
선배들의 격려가 힘이 되었을까. 문보경은 첫 타석부터 눈빛이 달랐고 상대 전적에서 열세였던 고영표를 상대로 3안타를 몰아치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냈다. 수비에서도 연이은 호수비로 이정용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한편 문보경은 지난해 주전 3루수로 자리매김한 선수다. 올 시즌은 115경기 전 경기 출장해 416타수 122안타 타율 0.293 8홈런 61타점 67득점 7도루 OPS 0.801로 LG의 3루를 든든히 지키고 있다.
전날 문보경의 수비 실수는 실패가 아닌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선배들은 자칫 슬럼프에 빠질 수 있는 후배를 위해 가볍게 장난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문보경도 웃으며 위기를 극복했다.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전날 수비 실수를 만회한 문보경 / 수원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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