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없으니 또 손흥민만 고생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웨일스 카디프의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원정 평가전에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무색무취 그 자체였다. 3월과 6월 홈에서 치른 4번의 평가전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이다. 4경기나 치렀지만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에 대해 보여주지 못했다. 말로도 설명하지 못했다. 그런 그는 5번째 평가전에서도 여전히 물음표만 남겼다.
겉만 보면 ‘히어로 볼’이다. 결국 손흥민만 바라보다가 전후반 90분이 지났다. 전과 다르지 않다. 손흥민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6월에는 이강인만 바라보는 축구를 했던 클린스만호다. 9월은 또 손흥민만 보는 축구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조규성을 선발 출전시켰지만 위협적인 크로스를 전혀 시도하지 못했다. 전반 35분 이후 이기제를 중심으로 몇 차례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슈팅까지 연결되지 않았다. 이 부분에 있어선 이강인-조규성으로 이어졌던 6월 평가전이 더 의미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중원을 장악, 웨일스를 위협한 것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전반 내내 중원을 장악당한 채 웨일스에 밀렸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반격한 마지막 10분 외 황인범과 박용우는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박용우는 대량 실책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는 견고했지만 공격 전개에 있어 실수가 적지 않았다. 클린스만호의 빌드업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한 이유 중 핵심이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연계 플레이, 그리고 슈팅까지 이어진 과정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다만 손흥민이 아니었다면 기대하기 힘든 장면이기도 했다. 결국 ‘히어로 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대한민국은 웨일스전에서 4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손흥민은 3개를 책임졌다. 유효 슈팅 1개 역시 손흥민의 것. 조규성과 황의조 등 이날 투입된 최전방 공격수들은 슈팅 한 번 시도하지 못했다. 이외에 대한민국이 웨일스를 위협한 순간은 한 번도 없었다.
5년 만에 치른 유럽 원정이다.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웨일스를 꺾지 못했다고 해서 비판받을 일은 아니다. 중요한 건 결과를 떠나 과정에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6개월이 지났다. 그럼에도 자신의 컬러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한편 대한민국은 오는 13일 사우디 아라비아와 유럽 원정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이지만 웨일스보다는 부담이 적다. 심지어 사우디 역시 원정 입장이다. 5경기째 승리가 없는 클린스만호에 있어 또 한 번 첫 승 기회가 오고 있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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