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LG가 이래서 1위다.
KBO리그는 144경기 장기레이스다. 야구 특유의 불확실성, 수많은 변수를 감안하면 전력이 좋든 나쁘든 3분의 1은 이기고 3분의 1은 진다고 믿는다. 3분의 1로 지는 경기서 때로는 충격적인 패배를 경험하기도 한다. 믿었던 선수의 실책이나 부진, 결정적 본헤드 플레이 등등. 다 이긴 경기의 역전패 등등. 다양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LG는 6일 수원 KT전서 9회초까지 3-0으로 앞서다 9회말 마무리 고우석이 올라왔음에도 3-4로 충격적 역전패를 당했다. 고우석도 난조였고, 2사 만루서 황재균의 큰 바운드 타구를 대처하는 3루수 문보경의 움직임도 좋지 않았다.
황재균의 끝내기안타였지만, 3루수 문보경이 처리할 수도 있는 타구였다. 포구보다 2루 주자를 곁눈질로 체크하느라 순간적으로 응집력이 떨어졌다는 KBS N 스포츠 박용택 해설위원의 지적도 있었다. 경기가 그렇게 끝나자 문보경이 크게 낙담하는 모습이 중계방송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LG로선 데미지가 꽤 큰 패배였다. 특히 올 시즌 내내 부진하던 케이시 켈리가 7이닝 2피안타 8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잘 던진 경기라는 점에서 뼈 아팠다. 또한, 상대가 한국시리즈서 만날 가능성이 충분한 2위 KT라는 것도 찜찜했다.
그러나 LG는 7일 수원 KT전을 11-4로 완파했다. 선발로 변신한 이정용의 퀄리티스타트 수립 및 타선의 활발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특히 전날 결정적 실수를 범한 문보경이 3안타 1볼넷으로 4출루 경기를 하며 맹활약했다. 수비도 전날과 달리 안정적이었다.
마치 왜 자신들이 1위인지 당당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야구는 흔히 복기와 망각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LG는 전날 기분 나쁜 패배를 잘 망각했다. 역시 기본적인 뎁스가 두꺼워 어떤 변수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장점이 있다. 마운드 운용에 큰 도움이 된다.
우투좌타 내야수 문보경은 올 시즌 115경기서 416타수 122안타 타율 0.293 8홈런 61타점 67득점 7도루 OPS 0.801 득점권타율 0.262다. 작년에 주전 3루수로 자리매김했고, 애버리지를 쌓는 과정이다. LG는 문보경이 좋은 공수겸장 3루수로 성장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
사실 문보경은 작년 키움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서 4-6으로 뒤진 8회초 무사 1,2루서 희생번트에 실패한 뒤 덕아웃에서 울었다는 사실이 지난 2월 애리조나 스코츠데일 스프링캠프에서 이호준 타격코치에 의해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김재웅의 몸을 날린 슈퍼플레이에 관심이 집중됐다. 실제 시리즈 전체의 흐름이 키움으로 가는 결정적 순간이기도 했다. 반대로 문보경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이호준 코치는 문보경의 눈물이 정말 꼴 보기 싫었다고 했다. 어떤 일이 벌어지든 경기 중 상대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된다고 했다. 이호준 코치의 말을 알아들었을까. 1년만에 문보경은 달라져 있었다. LG는 비록 뼈 아픈 1패를 감당해야 했으나 문보경의 멘탈이 단단해진 걸 확인하는 부수적 성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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