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 구속은 더 낮추고, 아꼈던 커터 구사율 높여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통한의 홈런을 맞고 팀 타선의 도움도 받지 못해 패전의 멍에를 썼지만,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은 공이 느린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또 한 번 보여줬다.
시속 100.6㎞의 느린 커브에 이은 시속 145.5㎞ 직구는 ‘체감 속도’을 높였고, 루킹 삼진으로 이어졌다.
직구(포심 패스트볼) 대신 ‘변형 직구’인 컷 패스트볼(커터) 비중을 높인 점도 인상적이었다.
류현진은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콜리시엄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5안타를 내주고 2실점 했다. 볼넷은 1개를 허용했고, 삼진 5개를 잡았다.
1-0으로 앞선 4회말 2사 후 카를로스 페레스에게 역전 투런포를 맞고, 토론토 타선이 침묵하면서 류현진은 시즌 2패(3승)째를 당했다. 이날 토론토는 2-5로 패했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인상적인 장면도 있었다.
2회말 첫 타자 조던 디아스에게 2볼-1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09.9㎞(스트라이크), 100.6㎞(파울)의 느린 커브를 연거푸 던진 뒤 시속 145.5㎞ 직구로 루킹 삼진을 잡아낸 장면은 이날 투구의 백미였다.
올 시즌 류현진은 ‘더 느린 커브’로 주목받는다.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공 100개 이상을 던지고, 직구를 구종에 포함한 투수 617명 중 류현진의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88.3마일(142㎞)로 607위다.
커브 평균 구속은 시속 69.3마일(111.5㎞)로 349명 중 최하위다.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느린 커브를 던지는 류현진은 ‘더 느린 공’을 던지고자 애쓰고 있다.
류현진의 올 시즌 경기당 커브 최저 구속은 8월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시속 69.4마일(111.7㎞),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 66.8마일(107.5㎞), 14일 시카고 컵스전 64.5마일(103.8㎞), 21일 신시내티 레즈전 65.5마일(105.4㎞), 27일 클리블랜드전 64.6마일(104㎞)로 꾸준히 ‘우하향’했다.
9월 들어서는 2일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시속 62.4마일(100.4㎞)의 메이저리그 입성 후 가장 느린 공을 던지더니 이날 오클랜드전에서도 62.5마일(100.6㎞)의 ‘매우 느린 공’을 던졌다.
하지만, 류현진은 커브 구사율이 늘어나면 상대도 대비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류현진은 오클랜드전을 치르면서 이닝을 더할수록 커브 비중을 낮췄다.
이날 류현진의 커브 구사율은 14%(11개)로, 시즌 평균 18%보다 낮았다. 대신 시즌 평균 13%만 던졌던 커터 비중을 30%(23개)까지 키웠다.
류현진이 오클랜드를 상대로 가장 많이 던진 구종이 커터였다. 직구 21개(27%), 체인지업 18개(23%), 싱커는 4개(5%)를 던졌다.
류현진의 커터에 오클랜드 타자들은 15번 배트를 내밀었는데 헛스윙은 7차례(헛스윙 비율 47%) 나왔다. 삼진 5개 중 2개를 커터로 잡아내기도 했다.
여러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지는 류현진은 구속에 얽매이지 않고, 무기를 바꿔가며 견고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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