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수원 김건호 기자] ”슬라이더만 던질까 생각했는데, 마운드 오르니 아무 생각 안 났다.”
고우석(LG 트윈스)은 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맞대결에 8회말 1아웃 상황에 등판해 1⅔이닝 동안 실점 없이 1피안타 1탈삼진을 기록하며 시즌 13세이브를 달성했다.
고우석은 5-4로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박명근이 1아웃을 잡은 뒤 장성우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김민혁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1사 1, 2루 상황에서 고우석이 마운드에 올랐다. 고우석은 이호연을 상대로 유격수 앞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오지환이 공을 잡은 뒤 곧바로 2루 베이스를 터치했고 1루에 정확하게 송구하며 이닝을 끝냈다.
8회말 큰 위기를 넘긴 고우석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와 선두타자 배정대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문상철에게 안타를 맞으며 동점 주자를 내보냈지만, 조용호를 유격수 직선타, 황재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염경엽 감독은 ”8회가 승부처라 생각해 고우석을 한 템포 빠르게 투입했다. 터프한 상황을 이겨내고 아웃카운트 5개를 해결해 준 것이 오늘 승리의 결정적인 역할이었다. 고우석에게 수고했다고 칭찬하고 싶다”고 전했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고우석은 먼저 KT위즈파크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경기는 4회초 LG 공격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폭우 때문에 우천 중단됐다. 재정비 후 재개까지 104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고우석은 ”오늘 경기가 우천 중단 시간이 길었는데, 이곳 관계자분들이 너무 고생해 주셨다. 너무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며 ”그라운드 상태가 걱정됐는데, 생각보다 땅이 질지 않아서 더 감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고우석을 돕는 수비도 두 차례 나왔다. 8회말 유격수 오지환이 침착하고 깔끔한 수비로 아웃카운트 2개를 늘렸고 9회말에는 우익수 홍창기가 몸을 날리며 배정대의 타구를 잡아냈다. 고우석은 ”수비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다. 어려운 경기였는데, 그 덕에 좀 쉽게 풀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 고우석은 22개의 공을 던졌다. 포심패스트볼(14구)-슬라이더(5구)-커브(3구)를 섞었다. 경기 전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이 변화구 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고우석은 ”감독님이 하신 말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고집이 있다 보니 등판하기 전에는 감독님께 보여드리기 위해 슬라이더만 던질까 생각했다”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 아무 생각 안 났다. 그래서 템포 빠르게 던지자고만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아이러니하게 아웃카운트를 올린 것이 (황재균을 제외하면) 모두 슬라이더로 잡았다. 정타 위험도 가장 벗어난 곳이었다”며 ”내가 부상으로 많이 빠져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이 많이 못 봐서 슬라이더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고우석은 어깨, 허리 부상으로 제대로 된 시즌을 치르지 못했다. 올 시즌 성적은 39경기 3승 6패 13세이브 38이닝 14실점(14자책) 평균자책점 3.32다.
고우석은 현재 몸 상태에 대해 ”지금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 경기(2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가 더 화났던 것 같다”며 ”몸 상태는 베스트라 생각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매 경기가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경기 나가기 전부터 형들과 미팅을 많이 했고 각오를 다지고 나가서 힘이 더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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