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엔 ‘첫 여성 지도자’ 토메…협회, ‘루비알레스 사태’ 공식 사과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스페인축구협회가 자국에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우승을 안긴 호르헤 빌다 감독을 경질했다.
스페인축구협회는 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빌다 감독의 퇴진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빌다 감독이) 재임 기간 이룬 성공에 감사한다”며 “덕분에 협회는 여자 대표팀 발전의 핵심이 되는 방법론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15년부터 스페인 여자 대표팀을 맡은 빌다 감독은 지난달 20일 막을 내린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스페인 여자팀 사상 최초의 월드컵 우승이다.
2015 캐나다 월드컵 당시 윤덕여 감독이 이끈 한국 대표팀과 최종전에서 패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스페인은 빌다 감독 부임 후 점차 유럽의 강호로 거듭났다.
2019 프랑스 월드컵에서 16강 무대를 밟은 스페인은 지난해 열린 유럽여자축구선수권대회(여자 유로 2022)에서도 8강에 올라 우승팀 잉글랜드와 연장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그라운드에서 지도력을 한껏 발휘한 빌다 감독이지만 ‘오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지난해 9월 스페인 여자 대표팀 선수 15명이 빌다 감독의 지도 방식에 반발하며 ‘훈련 보이콧’에 나섰다.
당시 깊은 유대감을 드러내며 빌다 감독이 자리를 지키도록 힘을 실어준 인물이 현재 직무가 정지된 루이스 루비알레스 축구협회 회장이다.
루비알레스 회장의 지지를 받은 빌다 감독은 당시 반기를 든 15명 가운데 12명을 제외하고 월드컵에 나서는 강수를 뒀다.
빌다 감독은 지난달 25일 열린 협회의 임시 총회 자리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임하지 않겠다며 ‘사회적 암살’이 일어나고 있다고 연설할 때 손뼉을 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여자 월드컵 시상식에서 자국 대표팀 선수인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얼굴을 붙잡고 키스해 전 세계적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후 에르모소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의견을 밝혔고, 에르모소가 속한 노동조합인 풋프로 역시 회장의 ‘기습 입맞춤’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여론이 가열됐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에르모소의 동의를 받은 행동이었다며 사과했지만, 오히려 여론은 더욱 악화해 사퇴 압박이 이어졌다.
결국 FIFA도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90일 직무 정지’를 내리며 추가 조사에 들어갔고, 사법 당국까지 나서 문제의 행동이 유죄인지를 따져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빌다 감독을 뺀 코치진 전원은 루비알레스 회장을 규탄하며 이미 직을 던졌다.
이 가운데 1982년생 몬세라트 토메 코치가 빌다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최초로 여성 지도자가 스페인 여자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루비알레스 회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실권을 잡은 페드로 로차 회장 대행은 이날 공식 사과 성명도 발표했다.
로차 회장 대행은 “협회는 루비알레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사과한다”며 “전 세계 축구계, FIFA·유럽축구연맹(UEFA), 선수들, 특히 국가대표 선수들과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로) 스페인 축구·스포츠·사회뿐 아니라 스포츠로서 축구 자체에 가해진 피해가 막대하다”며 “루비알레스는 협회나 스페인 사회가 지지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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