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 여중생 팬이 쓰러졌던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원정 응원석. /사진=제보자 제공 |
한 여중생이 무더운 날씨 탓에 관중석에서 쓰러졌지만 FC서울 의무팀과 관중들이 힘을 모은 덕에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돼 안정을 취했다.
지난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과 수원 삼성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9라운드가 펼쳐졌다. 올 시즌 3번째 열린 슈퍼매치에서 서울이 일류첸코의 결승골에 힘입어 수원을 1-0으로 꺾었다.
경기가 한창 달아오르던 전반 23분께 관중석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원정석에서 서울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던 한 여성팬이 더위로 인해 쓰러진 것. 그러자 서울 원정팬들은 응원을 멈추고 경기장을 향해 손으로 ‘X’ 표시를 하며 긴박한 상황임을 알렸다. 이날 경기 주심이었던 고형진 심판도 경기를 중단하고 사고가 일어난 관중석의 상황을 살폈다. 이어 서울의 의무 트레이너가 관중석으로 뛰어 올라가 응급처치를 했고 약 4분간 멈췄던 경기는 재개됐다.
경기 후 서울 관계자에 따르면 쓰러진 팬은 아버지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률, 서성태 의무 트레이너가 해당 학생에게 선수들이 호흡이 어려울 때 쓰는 마스크를 씌우고 환자가 최대한 안정을 취하게 도왔다. 다행히 학생은 의식을 회복했고 수원 구단이 마련한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서울 직원이 구급차에 함께 타 병원까지 동행해 끝까지 환자의 상태를 살핀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에서 2시간 동안 안정을 취한 학생은 자택인 서울에서 정말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스타뉴스는 쓰러진 학생과 가까이 있던 한 서울팬을 만나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들었다.
▶사건이 일어난 곳이 정확히 어디인가?
-학생이 쓰러진 곳이 원정 응원석인 1층 S(남측 스탠드) 5구역이다. 제가 8열에 앉았고 학생은 아마 4, 5열쯤에 있었을 거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경기와 응원이 한창 진행 중이던 전반 중반 제 앞쪽에 있던 사람들이 웅성웅성했고 학생이 바닥에 쓰러져 누워있는 게 보였다. 깜짝 놀랐다. 관중들은 손으로 ‘X’ 표시를 하며 응원을 멈추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몇몇 사람들은 119에 전화했다.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학생을 일으켰고 의식을 막 회복한 학생의 머리는 땀으로 많이 젖어있었다. 학생은 아버지의 부축을 받아 응원석 바깥 햇볕이 안 비추는 쪽으로 이동했다. 걱정하던 몇몇 관중이 함께 따라갔다. 이어 서울의 의무 트레이너가 급히 뛰어 올라갔다.
▶경기가 재개된 시점의 상황은?
-학생과 함께 올라갔던 한 관중이 다시 관중석으로 와 ‘괜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관중들이 경기장과 선수들을 향해 손으로 ‘O’ 표시를 했고 곧 경기가 재개됐다.
고형진 주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제보자에 따르면 상황이 진정되자 원정석 가까이 있던 오스마르가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서울팬들도 박수를 화답했다. 서울팬들은 다시 응원가를 부르며 응원을 시작했다.
제보자는 “관중석에서 사람이 쓰러졌을 때 경기가 중단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내가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도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따뜻함을 느꼈다”며 “몇몇 관중들이 의무 트레이너에게 ‘수고하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는데 내가 다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긴박한 상황 속에서 서울팬들과 서울 직원들은 한 마음으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 덕에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막았다. 경기장 안팎에서 하나가 된 서울의 응집력이 통했던 것일까. 서울은 후반전 수원의 파상공세를 끝까지 막아내며 1-0 승리를 지켰다.
오스마르(왼쪽)와 아코스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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