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한준수가 2일 인천 SSG전 2회초 투런 아치를 그리는 순간./사진=KIA 타이거즈 |
KIA 한준수가 2일 인천 SSG전에서 9회초 3점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다./사진=KIA 타이거즈 |
“일단 경기를 하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지고 있어도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는 (순위가) 계속 올라갈 것 같아요.”
안정적인 포수 리딩과 깜짝 홈런포로 KIA 타이거즈의 7연승을 이끈 백업 포수 한준수(24)의 경기 후 소감이다.
KIA는 2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원정 경기에서 SSG 랜더스에 12-4로 승리했다.
이날 인천SSG랜더스필드에는 2만 3000명의 만원 관중이 모인 가운데 KIA는 3루를 가득 메운 팬들에게 약 2년 만의 7연승을 선물했다. KIA의 7연승은 2021년 7월 1일 광주 NC전부터 8월 10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 이후 753일 만으로 3위 SSG에 위닝 시리즈를 확보하면서 승차도 2.5경기 차로 좁혔다.
이틀 전인 8월 31일 MVP 후보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에게 3이닝 7실점 패전의 굴욕을 안긴 KIA 타선의 화력은 일회성 깜짝 활약이 아니었다. 이번 SSG와 2경기에서도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면서 3일간 35점을 뽑아냈다.
특정 선수에게 활약이 쏠리지도 않았다. 전날(2일) 주인공이 6안타 3타점 6득점을 합작한 박찬호(28)-김도영(20) 테이블세터진이었다면 이날은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백업 포수 한준수가 8번 타자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1볼넷으로 3출루 경기를 했다. ‘거포 유망주’ 오선우(26)는 9회 딱 한 타석만 대타로 들어섰음에도 쐐기 스리런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등 어린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여기에 나성범(34)-최형우(40)-소크라테스 브리토(30)로 이어지는 막강한 클린업은 이틀간 3홈런 포함 12안타 13타점을 몰아치며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이렇듯 어느 타순이든 쉴 틈 없는 타선은 유망주들이 제 스윙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 됐다. 한준수는 “자신 있게 치는 것이 내 가장 큰 장점이라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고 있다”면서 “선배님과 형들이 앞선 타순에서 너무 잘해주셔서 뒤에 있어도 편하게 칠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레는 마음을 한껏 드러냈다.
나성범. /사진=KIA 타이거즈 |
소크라테스 브리토. /사진=KIA 타이거즈 |
최형우. /사진=KIA 타이거즈 |
후반기 들어 KIA 타선의 기세는 활화산같이 뜨겁다. 팀 타율 0.304, OPS(출루율+장타율) 0.822로 생산성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팀 타율 2위(0.296) 삼성 라이온즈, OPS 2위(0.779) NC 다이노스와도 상당한 격차다. 자연스레 팀 타점(191)과 득점(206)도 압도적이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30타석 이상 들어선 선수 중 3할 타율만 무려 8명이다. 나성범과 박찬호가 각각 타율 0.368(117타수 43안타)로 팀 타선을 이끌고 있고, 돌아온 캡틴 김선빈은 낮은 장타율에도 정교한 타율(0.315)로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 최형우와 소크라테스는 각각 4홈런 26타점 OPS 0.859, 5홈런 24타점 OPS 0.975로 중심 타선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외야는 고종욱(타율 0.350, OPS 0.822), 이창진(타율 0.333, OPS 0.811), 이우성(타율 0.300, OPS 0.820) 등 타 팀에서는 당당하게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할 성적의 선수들이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드문드문 출장할 정도다.
막강한 후반기 KIA 타선을 보며 떠오르는 것이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시즌 KIA다. 이때 KIA는 시즌 팀 타율이 0.302, OPS가 0.839로 1번부터 8번까지 3할 타자로 채우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화력을 자랑했다. 이명기-김주찬-로저 버나디나-최형우-나지완-안치홍-이범호-김민식-김선빈으로 이어지는 타선은 당시 팀 평균자책점 4.79(리그 5위)로 마운드가 약했음에도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제패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지금의 KIA도 상황이 비슷하다. 탄탄한 타선과 달리 마운드에서는 대체 외국인 선수 마리오 산체스의 부진 및 부상 이탈, 양현종의 체력 저하, 이의리의 어깨 통증 등 여러 악재가 겹쳤다. 그 탓에 후반기 팀 평균자책점 4.29(리그 5위)의 투수진은 가장 많은 잔여 경기 일정과 함께 KIA의 가을야구 도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됐다.
그러나 2점을 내주면 3점, 5점을 더 뽑는 화력은 KIA를 가을야구 다크호스로 꼽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한두 점 내줘도 도무지 질 것 같지 않다는 위닝 멘탈리티를 팀에 심어주면서 마운드 안정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전날(2일) KBO리그 역대 최다 선발승 투수로 우뚝 선 양현종은 “내가 게임을 이끈다기보다는 계속 조금씩 버틴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우리 타선이 워낙 좋기 때문에 3점 줄 것을 2점을 주고 5점 줄 것을 3점 주는 등 최소 실점으로 막으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고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타자들이 점수를 넉넉히 뽑아주다 보니 쫓기지 않고 내 피칭을 할 수 있다”고 팀 타선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KIA 선수단이 2일 인천 SSG전을 승리로 장식한 후 기뻐하고 있다./사진=KIA 타이거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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