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첫 출전인데 프랑스도 스페인도 울고 떠났다. ‘신데렐라’ 라트비아의 질주는 대단하다.
라트비아는 1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도네시아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2023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월드컵 2라운드 맞대결에서 접전 끝에 74-69 역전 승리했다.
라트비아는 베르탄스가 16점 3리바운드, 로디온스 쿠룩스가 13점 8리바운드 3스틸, 롤란드 스미츠가 11점 2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스페인은 윌리 에르난고메즈가 14점 4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다른 선수들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라트비아는 대회 전부터 다크호스로 꼽힌 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에이스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가 족저근막염으로 불참하면서 예상 순위도 14위, 중상위권 정도로 평가받았다. 구소련 시대 이후 처음으로 참가하는 대회라는 점도 마이너스였다.
FIBA 역시 포르징기스의 공백, 그리고 프랑스, 캐나다와 함께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는 것을 강조하며 라트비아가 과연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다.
그러나 라트비아는 조별리그부터 기적을 일으켰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힌 프랑스를 88-86으로 꺾었다. 프랑스가 캐나다와의 첫 경기에서 30점차 대패(65-95)로 큰 충격에 빠진 틈을 잘 이용했다. 이 결과로 프랑스는 ‘광탈’, 순위결정전으로 추락했다.
라트비아는 2승 1패를 기록하며 H조 2위로 2라운드에 진출했다. 이것만으로도 큰 성과였다. 그러나 그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을 무너뜨렸다.
대혈전이었다. 14회의 역전이 이뤄졌고 한 팀이 리드한 시간이 20분을 넘기지 않았다. 라트비아는 윌리 에르난고메즈가 지키는 스페인의 골밑을 제대로 공략했다. 무려 36점을 페인트 존에서 기록했다.
스페인은 라트비아의 게임 플랜에 완전히 공략당했다. 라트비아는 보통 스페이싱을 활용한 3점 게임에 능한 팀이다. 수차례 그들을 상대한 스페인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라트비아는 오히려 느슨해진 스페인의 골밑을 파고들었다. 리바운드 경쟁에서도 앞서는 반전을 일으켰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세르비아와 함께 오랜 시간 유럽의 정상을 놓고 다툰 절대 강자들이다. 프랑스는 2020 도쿄올림픽 은메달의 주인공이며 스페인은 2019 FIBA 농구월드컵 챔피언이자 2022 유로바스켓 챔피언이기도 하다. 준우승은 프랑스. 이런 거인들을 라트비아가 잡아냈다. 대단한 일이다.
농구는 축구와 달리 이변이 적은 스포츠다. 스스로 몰락하지 않는 이상 약팀이 강팀을 잡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라트비아의 행보가 대단하다. 심지어 포르징기스라는 거물이 없음에도 ‘캡틴’ 데이비스 베르탄스를 중심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한편 라트비아는 브라질과의 2라운드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3승을 수확한 상황에서 브라질까지 잡아낸다면 8강 진출도 꿈은 아니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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