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오리온 테니스단 맡아 김장준·정연수 등 유망주 육성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체력과 도전정신. 이형택(47)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이 꼽은 메이저 대회 16강 진출의 필수 요건이다.
이형택 감독은 2000년과 2007년 US오픈 16강에 오른 한국 테니스의 ‘전설’이다.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 16강 고지를 넘긴 것은 그와 2018년 호주오픈 4강에 오른 정현, 둘 뿐이다.
은퇴 뒤 자신의 이름을 건 테니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한편, 해설위원과 TV 스포츠 예능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이 감독은 지난해 7월 유망주를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창단한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을 맡았다.
그의 조련 아래 선수들은 1년 새 쑥쑥 커나갔다.
김장준(16)은 국제테니스연맹(ITF) 뉴델리, 콜카타 주니어 대회 단식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주니어 랭킹 46위까지 올라갔다.
정연수(16)는 ITF 자카르타 주니어 1, 2차 대회 단식에서 연속 우승했고, 김동민(14)은 아시아테니스연맹(ATF) 대회에서 5차례나 우승했다.
뚜렷한 성과를 냈지만, 이 감독은 만족하지 않는다. 어차피 최종 평가는 이들이 성인 무대에 섰을 때 받게 된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이들이 자신과 정현, 권순우(당진시청)처럼 꾸준히 메이저 대회에 도전하는 선수로 커 나가기를 원한다.
오리온 테니스단 창단 1주년을 맞아 서울 장충테니스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감독은 “이 친구들에게 체력적인 부분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면서 “메이저 대회에서는 첫째 주를 잘 넘기고 2주 차(16강~결승)까지 살아남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현역 때 매일 정해진 훈련을 하고서 약한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밴드 운동을 추가로 2시간이나 빠짐없이 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처음에는 제자들이) 팔굽혀펴기도 잘 못해서 좀 실망했다. 체력이 돼야 기술도 들어갈 수 있다”면서 “지금은 매일 코어(중심 근육) 트레이닝을 시키고 있다. 이 친구들도 슬슬 나아지는 느낌을 알아가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도전정신도 이 감독이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키워드다.
권순우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무대에서 성과를 내자 그의 ‘절친’인 홍성찬(세종시청)이 더 적극적으로 투어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제자들 사이에 건강한 경쟁의식이 싹트기를 바란다.
이 감독은 “(국제무대 성적과 관계없이 급여가 보장되는) 한국의 실업팀 시스템이 선수를 안주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면서 “국내대회보다는 퓨처스와 같은 국제대회가 우리나라에서 많이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 보여줘야 스폰서가 붙는 것이다. ‘저쪽에서 나에게 해 주면, 내가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사고방식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리온 테니스단을 통해 더 많은 유망주를 육성하고, 이들이 오리온의 ‘닥터유’가 붙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 대회를 누비도록 하는 게 이 감독의 꿈이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여자팀도 창단되기를 희망한다.
이 감독은 “오늘 US오픈에서 중국의 장즈전이 세계 5위 카스페르 루드를 잡지 않았나.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부터 꾸준히 투자한 결과”라면서 “테니스가 1, 2년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10년이라는 장기 목표를 가지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즈전은 우위빙과 함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권순우, 홍성찬과 메달을 다툴 경쟁자다. 세계랭킹에서 장즈전과 우위빙은 각각 67위, 86위, 권순우와 홍성찬은 각각 104위, 208위에 랭크돼 있다.
이 감독은 “권순우가 부상 때문에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데이비스컵에서 얼마나 감각을 회복하느냐가 중요해 보인다”면서 “권순우-홍성찬 복식조는 둘이 워낙 친한 친구 사이인 데다 둘 다 병역 혜택이 걸려있는 만큼 매서운 집중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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