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CC 이지스, 전주 떠나 부산으로 연고 이동
화려했던 전주에서의 22년 세월 정리하는 어려운 결단
최강 전력-최고 스타들과 부산에서 새로운 출발
프로농구 KCC 이지스가 22년 정든 연고지 전주를 떠나 부산으로 향한다.
한국농구연맹(KBL)은 30일 이사회에서 KCC가 신청한 연고지 변경을 승인했다. 오는 10월21일 개막하는 2023-24시즌부터 KCC는 전주KCC가 아닌 부산KCC로 새롭게 출발한다. KCC가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홈구장으로 과거 KT의 홈 사직체육관을 사용한다. 사직체육관은 현재 여자프로농구리그(WKBL) 부산 BNK 홈구장이다.
KCC가 전주에 정착한 것은 지난 2001년. 대전을 연고로 했던 현대 걸리버스를 인수하면서 전주로 이동했다. 이후 KCC는 이상민-서장훈-추승균 등 KBL을 대표하는 스타들과 함께 세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 두 차례 정규시즌 우승을 일구며 명문구단으로 자리 잡았다.
전주에서 화려한 시절을 함께 보냈던 KCC는 이제 부산으로 떠난다. 농구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한 결정이지만, 농구에 대한 뜨거운 사랑만 보냈던 전주팬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소식이다. 전주 홈팬들은 전주시를 향해 거센 항의를 퍼붓고 있다.
KCC는 7년째 지켜지지 않는 약속과 홀대를 참고 버텼지만, 전주시와의 신뢰에 금이 가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KCC에 따르면, 전주실내체육관의 낙후한 시설 등으로 인해 두 차례 연고지 이전설이 나돌았다. 2016년 KCC가 연고지 이전을 검토하자 전주시는 체육관 신축 등을 약속했고, KCC는 전주에 잔류했다.
그러나 신뢰가 완전히 깨졌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새로운 체육관을 2023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지난해는 기공식까지 가졌지만 진척이 없었다. 새 경기장 건립 약속이 실현되지 않은 가운데 전주시는 최근 프로야구 2군 경기장 건립을 추진했다. 여기에 전주실내체육관 부지 소유권을 가진 전북대에서 KCC에 2025년까지 체육관을 비워달라는 요구까지 나오자 KCC로서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
부산도 남자 프로농구단 유치 의사를 밝혀오고 있던 상황이라 KCC의 부산행은 급물살을 탔다. 부산은 전 데이원스포츠 연고지 유치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소노가 인수해 고양을 연고지로 하게 됐다.
프로농구 KCC 이지스의 연고지가 전주에서 부산으로 바뀐다는 소식에 전북 전주시는 이날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지만 전주시를 향한 전주 홈팬들의 항의와 비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KCC 최형길 단장은 “원만히 수습하려고 인내했지만 더 감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며 “연고지를 옮기면서 가장 고민이 되고, 가슴이 아팠던 부분은 역시 22년 동안 응원해주신 전주 팬들이다.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이제는 전주KCC가 아니라 부산KCC다. KCC는 부산을 연고로 하는 네 번째 프로농구팀이다. 여자프로농구강자로 거듭난 부산 BNK 썸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전창진 감독이 이끄는 KCC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힌다. KCC의 주전 선수 5명은 모두 한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에 포함될 만큼 강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 5월에는 2021-22시즌 MVP 출신의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 최준용을 영입했다. 최준용(포워드)과 주전으로 나설 이승현(포워드)-라건아(센터)-허웅(가드)도 각 포지션 부문에서 정상급으로 손꼽히는 선수들이다. 상무 소속의 송교창(포워드)이 오는 11월 합류하면 KCC의 전력은 더욱 탄탄해진다.
최고 인기스타 허웅도 보유하고 있다. 4시즌 연속 인기상을 수상한 허웅은 2021-22시즌 올스타 팬 투표에서 KBL 역대 최다득표(16만 3850) 기록을 세웠다. 지난 시즌 FA로 KCC에 합류한 허웅의 존재로 KCC 홈경기는 이전보다 더 많은 티켓이 판매됐다. 허웅과 허훈 이전에 올스타 투표 9년 연속 최다득표 기록을 세웠던 이상민 코치도 이번 시즌부터 합류한다. 성적으로 보나 인기로 보나 KCC는 올 시즌 큰 화제가 될 팀이다.
이제부터는 부산 KCC 이상민 코치, 부산 KCC 허웅이다. KCC 승리 후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흘러나올 ‘부산갈매기’를 생각하면 부산 농구팬들은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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