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서울고등학교 유격수들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주목받았다. 안재석(두산 베어스), 이재현(삼성 라이온즈), 김도월(KIA 타이거즈) 등 최근 몇 년 동안 서울고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던 선수들은 해마다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서울고 유정민 감독이 말하는 서울고 출신 선수들의 활약상 비결은 바로 ‘비워놓기’다. 고등학교 시절 정형화된 스타일로 만들거나 선수의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 쓰는 방향성이 아닌 선수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야구 스타일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서울고표 육성이다.
특히 이재현이 1군 무대에서 곧바로 특색 있는 자신만의 수비에 대해 호평을 받았던 것도 유정민 감독의 육성 방향성 덕분이다.
유 감독은 “우리 팀은 펑고 훈련을 할 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편안하게 느끼는 자세로, 마음대로 잡고 던지라고 한다. 보통 아마추어 지도자라면 전국대회 같은 팀 성적을 위해 안정적이고 실책이 없는 수비를 중시한다. 그런 방향성으로 펑고 훈련을 하면 선수들은 정형화된 스타일대로 공을 처리하게 된다. 프로 무대에 가서 100점 이상의 수비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자기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셈”이라고 바라봤다.
유 감독은 어떤 자세로 잡든 송구를 실책하든 선수가 하고 싶은 플레이를 자유롭게 하면서 자신만의 야구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둔다.
“하고 싶은 대로 수비하다가 송구 실책이 나와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학생선수들도 자기가 해야 할 야구를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이 계속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프로 무대로 가더라도 시행착오를 덜 겪고 빨리 적응할 수 있다. 물론 대회 성적만 생각한다면 이런 육성 방향성이 나에게 개인적으로 손해일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대회 성적을 위해 우리 선수들이 향후 프로 무대에서 보여줄 잠재력을 낮추고 싶지 않다. 한국야구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은 당장의 우리 팀 성적이 아니라 자기 야구를 할 줄 아는 학생선수들을 최대한 많이 프로로 보내 오랜 기간 스타로 활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거다.” 유 감독의 지론이다.
2023년에도 서울고산 유격수가 주목받는 분위기다. 야수 ‘NO.1’이 될 수 있단 평가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바로 여동건이 그 주인공이다.
여동건은 올해 공식경기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5/ 25안타/ 3홈런/ 17타점/ 12도루/ 출루율 0.494/ 장타율 0.662로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공·수·주 모두 출중한 유격수라는 평가 아래 올해 청소년 야구대표팀 소집 명단에도 여동건의 이름이 올라갔다.
유정민 감독은 “(여)동건이가 갑자기 몸값이 많이 올랐더라(웃음). 신장(173cm)이 다소 작긴 한데 운동 능력과 그라운드 위에서 움직임이 기민한 선수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수비보다 타격이 더 돋보이는 스타일이다. 기본적으로 송구 능력도 좋아서 프로에서도 유격수, 3루수를 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수비에선 침착성을 더 길러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여동건은 이번 청소년 대표팀에 함께 합류한 세광고등학교 유격수 박지환과 함께 야수 NO.1을 두고 다툴 전망이다. 투수 초강세로 평가받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 선수가 어떤 순번에서 뽑힐 지 주목받는 분위기다. 특히 1~2라운드 지명권을 총 4장이나 보유 한데다 유격수 포지션 자원 보강도 필요한 키움 히어로즈의 움직임이 가장 주목된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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