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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 맞았다고!” 심판의 자진 고백… ‘충격패’ LG는 허탈, 승리한 NC도 찝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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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왼쪽).
LG 오지환(왼쪽).

경기가 승리로 끝날 수 있었던 상황에서 그러지 못했던 LG 팬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또 반대로 승리한 NC 팬들도 찝찝한 뒷맛이 남았다.

NC 다이노스는 26일 창원 NC파크에서 펼쳐진 LG 트윈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에서 9회말 2사 후 터진 권희동의 극적인 스리런포를 앞세워 7-5 역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지난 25일 14-1 대승을 챙겼던 NC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54승 49패 2무를 마크했다. NC는 5위 두산을 1경기 반 차로 따돌리며 4위 자리를 유지했다. 3위 SSG 랜더스와 승차는 3경기. 반면 LG는 2연패에 빠진 채 65승 40패 2무를 기록했다. 리그 순위는 여전히 1위. 그러나 같은 날 승리한 2위 KT에 5.5경기 차로 추격당하고 말았다.

창원 NC파크의 모습.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창원 NC파크의 모습.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LG와 NC는 4회 1점씩 주고받은 가운데, 선발 투수 중 먼저 마운드를 내려간 건 LG의 아담 플럿코였다. 좌측 내전근(허벅지 안쪽 근육)에 불편함을 호소했고, 보호 차원에서 교체됐다. 5회부터 필승조를 투입한 LG. 이어 6회에는 NC 선발 태너와 불펜 김영규 공략에 성공하며, 대거 4점을 획득했다. 5-1 리드. 사실상 LG로 승부의 추가 기우는 듯했다.

NC는 6회말 폭풍 질주에 이은 그라운드 홈런으로 반격했다. 2사 후 김주원이 좌익수 쪽으로 날아가는 라이너 타구를 만들어냈다. 원바운드 된 이후 타구를 처리하려는 LG 좌익수 문성주가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했으나, 뒤로 빠트리고 말았다. 4점 차 리드를 등에 업은 상황에서 좀 더 확실하게 안정적으로 포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 결국 김주원은 3루를 돌아 홈까지 쓸며 그라운드 홈런을 만들어냈다. 올 시즌 KBO 리그 3번째이자, KBO 리그 통산 93번째 그라운드 홈런. 아울러 역대 그라운드 홈런 최연소 부문 4위 기록에 이름을 올린 김주원이었다. 5-2가 됐고, 8회엔 도태훈이 솔로포를 치며 5-3을 만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유리한 건 LG였다.

그리고 9회말. NC의 마지막 공격. 여전히 점수는 2점 차. LG 투수는 ‘클로저’ 고우석. NC가 뒤집기는 분명 어려워 보였다. 고우석은 선두타자 대타 김형준을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손아섭을 3루 땅볼로 솎아냈다. 2아웃. 이제 승리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1개. 박민우가 우중간 안타를 치며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고우석은 후속 박건우를 2루 땅볼로 유도했고, 신민재가 오지환에게 토스하며 3아웃, 경기가 그대로 끝나는 듯 보였다. 짐을 싸는 NC 팬들도 있었다.

그런데 이때, 윤상원 2루심이 양손을 위로 향한 채 신호를 보내며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중계화면에는 윤 심판위원이 “내 발 맞았다고”라며 크게 외치는 모습이 잡혔다. 느린 화면을 보면 윤 심판이 신고 있는 신발을 살짝 스치며 타구의 방향이 살짝 굴절됐다. 이를 신민재가 글러브 방향을 순간적으로 빠르게 바꾸며 잘 낚아챈 뒤 2루로 토스했으나, 경기가 종료되지 않았다. 심판진은 마이크를 잡은 뒤 현장에서 “타구가 심판의 다리에 맞았기 때문에 업스트럭션으로 주자들은 한 루씩 진루한다”고 말했다. LG 팬들 입장에서는 경기가 끝났어야 마땅할 평범한 땅볼 타구가 불운한 안타로 둔갑한 순간이었다.

KBO 야구 규칙 5.06 주루의 (c) 볼 데드에는 ‘다음의 경우 볼 데드가 되어 주자는 한 베이스를 진루하거나 원래의 베이스로 돌아간다. 그사이에 주자는 아웃되지 않는다’고 명기돼 있는데, 이 중 (6) 항에는 ‘내야수(투수 포함)에게 닿지 않은 페어 볼이 페어 지역에서 주자 또는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 또는 내야수(투수 제외)를 통과하지 않은 페어 볼이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타자가 주자가 됨으로써 베이스를 비워줘야 하는 각 주자는 진루한다’고 나와 있다. 이어 [부기]에는 ‘타구가 투수를 통과한 다음 내야에 서 있는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 볼 데드가 된다’고 쓰여 있다.

NC 창원 파크. /사진=양정웅 기자
NC 창원 파크. /사진=양정웅 기자

이후 기묘한 흐름이 계속 이어졌다. 다음 타자 마틴의 타구가 오지환 앞에서 크게 바운드되면서 중전 적시타로 연결됐다. 이 사이 박민우가 홈을 밟으며 5-4, 한 점 차로 만들었다. 계속된 NC의 2사 1, 3루 기회에서 권희동이 타석에 들어섰다. 권희동은 고우석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한가운데 156km 속구를 공략,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끝내기 역전 스리런포(시즌 5호 홈런, 비거리 120m)를 작렬시켰다. 충격적인 패배를 목격한 LG 팬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윤 심판위원이 고의로 공에 다리를 내밀며 맞은 것도 아니었다. 심판이 타구에 맞는 경우는 경기에서 종종 나오는 장면이다. 그런데도 승리한 NC 팬들 역시 기뻐하면서도, 동시에 개운치 못한 찝찝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NC는 이날 승리로 올 시즌 LG전 7승 6패의 우위를 점했다. 현재까지 올 시즌 LG와 상대 전적에서 앞서는 팀은 NC가 유일하다.

경기 후 ‘승장’ 강 인권 감독은 “오늘은 선수단 전체 그리고 야구장에 찾아와 주셔서 응원해 주신 팬들 모두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권희동의 역전 끝내기 홈런을 축하한다. 27일에도 연승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염경엽 LG 감독.
염경엽 LG 감독.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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