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두산 베어스 곽빈은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팀 간 시즌 9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투구수 102구, 4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고교시절 안우진(키움 히어로즈)과 함께 많은 주목을 받았던 곽빈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스타트는 썩 좋지 않았다. 곽빈은 32경기(31이닝)에 등판해 3승 1패 4홀드 1세이브를 수확했으나, 평균자책점은 7.55로 아쉬움을 남겼다. 게다가 시즌이 끝난 뒤에는 토미존 수술까지 받게 됐다.
토미존 수술은 복귀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되는 큰 수술, 어린 나이에 수술을 받은 곽빈은 2019시즌은 물론 2020년까지 두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데뷔 첫 시즌에는 불펜 투수로 뛰었던 곽빈은 공백기를 통해 선발로 변신했고, 21경기에 등판해 4승 7패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데뷔 초 곽빈의 가장 큰 단점은 제구. 98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이 79개로 매우 많았다. 그러나 2022시즌부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곽빈은 27경기에 등판해 147⅔이닝을 소화하며 데뷔 첫 규정이닝을 채웠고, 8승 9패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하면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승선하는 기쁨을 맛봤고, 올해 잠재력이 만개하고 있다.
시즌 시작은 매우 좋았다. 곽빈은 4월 5번의 등판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0.88로 ‘압권’의 스타트를 끊었다. 5월에는 허리 부상으로 인해 공백기를 가지면서 아쉬움을 남겼지만, 6월 마운드로 돌아온 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개인 5연승을 질주한 끝에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도 승선하는 기염을 토했다.
허리 문제로 전반기에만 두 차례 1군에서 말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던 곽빈은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다소 고전했다. 첫 등판에서 5이닝 4실점(4자책)으로 패전을 떠안은 뒤 8월 첫 등판에서 7이닝 1실점(1자책)으로 역투했다. 그러나 이후 등판에서는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4실점 경기를 두 차례 기록하는 등 3연패의 늪에 빠지며 ‘아홉수’에 걸렸다. 그러나 이날 등판에서 좋지 않은 흐름을 끊어냈다.
이날 곽빈은 최고 153km의 빠른 직구(45구)를 바탕으로 슬라이더(26구)-커브(18구)-체인지업(13구)를 섞어던졌고, 도미넌트 스타트(8이닝 1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SSG 타선을 완벽하게 묶어냈다. 그 결과 3전 4기 만에 데뷔 첫 10승의 기쁨을 맛봤다. 데뷔 이후 최다 이닝(종전 7⅓이닝)을 경신한 것은 덤이었다.
9승을 달성한 뒤 4경기 만에 10승째를 수확한 소감은 어떨까. 곽빈은 “나오겠지, 나오겠지 하다가 혼자 조금 흔들렸던 것 같은데, 어제 (최)원준이 형이 ‘하다 보면 나온다’라고 말을 해줘서 조금은 마음이 편한 상태로 경기에 임했다”며 “완봉 욕심은 있었지만 다음 경기도 있고, 8회 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욕심 없이 타자를 상대하는 것에만 전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곽빈은 “첫 10승이기 때문에 기분은 당연히 좋다. 하지만 야직 야구를 할 날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내년, 내후년에는 조금 더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입단할 때는 프로의 벽이 워낙 높기 때문에 23살까지 1군에 있을지도 몰랐는데, 적당한 시기에 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불리는 ‘156승’ 김광현(SSG)을 상대로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첫 10승을 거둔 만큼 기쁨은 배가 됐다. 곽빈은 “대한민국 최고의 왼손 투수 (김광현) 선배님과 경기를 하게 돼 정말 영광스러웠다. 형들의 타격감이 워낙 좋기 때문에 나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기게 돼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날 곽빈은 ‘배명고 선배’ 김태근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김태근은 곽빈에게 1회 선취점을 안겼고, 3회에는 적시타를 터뜨리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게다가 김태근은 7회초 2사 2루에서 한유섬(SSG)의 안타 때 홈을 파고드는 김강민을 ‘레이저 송구’로 잡아내며 곽빈을 든든하게 지원했다.
곽빈은 “(김)태근이 형이 내가 먼저 고맙다고 말을 하기 전에 ‘잘 던졌다’고 하더라. 태근이 형을 믿고 있었다”고 말한 뒤 배터리 호흡을 맞춘 안승한에 대해서도 “(안)승한이 형은 안타를 맞으면 내가 자책하기 전에 먼저 자책하는 모습에 ‘더 열심히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너무 감사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도 물론 중요하지만, 데뷔 첫 10승을 달성한 곽빈의 시선은 이제 아시안게임으로 향한다. 그는 ‘에이스’라는 말에 “아시안게임은 내가 이렇게 던져도 에이스는 (박)세웅이 형과 (문) 동주다. 나는 절대 아니다. 동주에게는 ‘네가 해야 한다’고 말을 해놨다. 물론 가서 잘하고 싶고, 당연히 잘해야 한다. 함께 으쌰으쌰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시환이가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활짝 웃었다.
입단 직후 토미존 수술을 받는 등 우여곡절 속에 거둔 6년 만의 첫 10승. 두산을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투수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곽빈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