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내 최고의 모습은 조만간 나올 것이다”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12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85구,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시즌 8승(7패)째를 손에 넣었다.
켈리는 지난 2019시즌에 앞서 LG와 연이 닿아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켈리는 데뷔 첫 시즌 14승 12패 평균자책점 2.55로 활약하며 LG의 ‘에이스’로 등극했고, 이듬해 28경기에 나서 15승 7패 평균자책점 3.22로 좋은 모습을 이어갔다. 그리고 2021년 13승 8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하더니, 지난해 27경기에서 166⅓이닝을 소화, 16승 4패 평균자책점 2.54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KBO리그 무대를 밟은 이후 매년 10승 이상을 수확하며 ‘효자’ 노릇을 했던 켈리. 하지만 올 시즌의 모습은 조금 아쉽다. 켈리는 지난 4월 6번의 등판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5.66으로 부진한 스타트를 끊더니, 24일 경기 전까지 23경기에 등판해 7승 7패 평균자책점 4.59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반등을 하는 듯하다가 다시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퐁당퐁당’의 흐름이 이어졌다.
염경엽 감독은 기복을 보이는 켈리에게 최근 한 가지 부탁을 했다. 바로 체인지업에 대한 것이었다. 사령탑은 24일 경기에 앞서 “본인의 야구다.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부탁은 했다”며 “미팅을 했을 때 ‘체인지업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한다. 체인지업을 빼는 것은 아니다. 효과를 어떻게 올리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로 체인지업의 그립을 바꾸든, 스타일을 바꾸든 연구를 해봐라’는 말을 했다”고 운을 뗐다.
켈리의 지난해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은 0.179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켈리의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은 24일 경기 종료 시점으로 0.364으로 매우 높은 모습. 이에 사령탑은 기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체인지업에 대한 변화를 요구했다. 사령탑은 “체인지업의 피안타율이 높아지고, 작년보다 좋지 않다는 것은 결국 체인지업이다. 구종의 가치가 떨어지니, 다른 구종들의 효과 가치도 떨어진다. ‘네가 슬라이더를 더 정확하게 던지는 것을 연습하는 것도 좋지만, 체인지업을 중요하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켈리는 24일 롯데를 상대로 최고 151km의 직구(39구)를 바탕으로 커브(23구)와 커터(15구), 체인지업(8구)을 섞어 던졌다. 체인지업의 비율은 높지 않았으나, 초구에 허를 찌르며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등 적재적소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됐다. 이날 체인지업을 던져 맞은 안타는 단 한 개도 없었고, 올 시즌 24경기 만에 첫 ‘무실점’ 경기를 선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포수 박동원은 “오늘 켈리의 체인지업은 스트라이크존과 비슷하게 오더라”며 켈리의 체인지업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어떠한 변화를 주게 된 것일까. 켈리는 “체인지업을 많이 던져야겠다는 의식을 하지는 않았다. 원하는 시점에 제대로 던지는 것이 중요한데, 오늘은 실행을 하는 부분에서 잘 됐던 것 같다. 오늘은 공 자체가 좋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좋은 분위기가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발전을 위해서 변화를 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켈리는 체인지업보다는 마인드에 변화를 가져갔다. 그는 “그립을 바꿨다든지 특별한 변화를 준 것은 없다. 내가 원래 던지는 체인지업 그립 그대로 던졌다. 굳이 비결을 꼽자면 자신감에서 파생되는 과감함이었다. 자신 있게 던졌던 것이 잘 먹혔다”며 “아무것도 바꾼 것이 없다”고 싱긋 웃었다.
켈리는 이날 전까지 단 한 번도 무실점 경기를 치르지 못했는데, 드디어 무실점 완벽한 투구를 완성했다. 그는 “우리 팀이 굉장히 잘하고 있고, 나갈 때마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오늘도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집중해서 던지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85구 만에 마운드를 내려온 것에 대해서는 “우천으로 불펜 선수들이 그동안 던지지 못했다. 감각 유지를 위해 경기에 나서야 했고, 잘 막아줄 것이라 생각하고 기분 좋게 내려왔다”고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성적이 만족스럽진 않지만, KBO리그에 입성한 이후 가장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 켈리는 “팀 순위와 경기력을 보면 ‘야구를 할 맛이 난다.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보면 5년 동안 함께했던 선수들 중 가장 전력이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며 “더 좋은 활약은 나 역시 바라고 있다. 이를 해내기 위해 중간중간 누구보다 죽도록 열심히 해서 경기에 나갔을 때 더 좋은 투구를 보이는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켈리에게는 지금까지의 아쉬움을 만회할 기회는 남아 있다.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짓는 시즌 막바지와 포스트시즌에서 우승에 기여한다면 모든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다. 켈리는 “내 최고의 모습은 조만간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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