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칼리는 남자 3,000m 장애물 2연패…기르마는 3회 연속 2위
하와이 출신 타우사가는 미국 선수 최초 여자 원반던지기 우승…”마우이 위해 기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다섯 살짜리 딸을 둔 페이스 키프예곤(29·케냐)이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1,500m에서 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키프예곤은 23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선수권 여자 1,500m 결선에서 3분54초87로 우승했다.
2017년 런던 대회에서 이 종목 챔피언이 된 키프예곤은 2018년 6월 딸 앨린을 얻었다. 키프예곤의 남편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800m 동메달리스트 티머시 키툼(28)이다.
2019년 트랙에 복귀한 키프예곤은 그해 도하 세계선수권에서는 시판 하산(30·네덜란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정상에 오른 키프예곤은 올해 부다페스트에서 2연패를 달성하고, 여자 1,500m 3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세계선수권 여자 1,500m에서 3번 이상 우승한 선수는 키프예곤, 단 한 명뿐이다.
키프예곤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2021년 도쿄에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올해 6월 3일 로마·피렌체 다이아몬드리그에서 3분49초11로 우승하며, 겐제베 디바바(에티오피아)가 2015년에 작성한 3분50초07을 0.96초 단축한 세계 신기록을 세운 뒤에는 자신감이 더 자랐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결선에서 키프예곤은 800m 지점부터 선두로 나섰고, 결승점 300m를 남기고는 속력을 더 높였다.
경기 뒤 키프예곤은 세계육상연맹, AP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함께 뛴 선수들은 좋은 경쟁자이자 친구”라며 “우리는 서로 돕고 있다. 오늘도 좋은 경쟁자들 덕에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말했다.
결선에 나선 12명의 ‘좋은 선수’ 중 가장 빠른 이는 키프예곤이었다.
키프예곤은 “앞에서 뛰고, 더 빨리 달리는 게 오늘 내 계획이었다”며 “300m를 남기고 스퍼트를 했는데 따라오는 선수가 없었다”고 ‘챔피언’의 위엄을 과시했다.
그는 “올해 정말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세계 기록을 달성했고, 세계선수권 타이틀 방어에도 성공했다”며 “‘내가 가장 강하니까,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고 다짐하며 올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디리베 웰테지(21·에티오피아)가 3분55초69로 2위에 올랐고, 하산이 3분56초00으로 3위를 차지했다.
지난 20일 10,000m 결선에서 선두로 달리다가 결승선을 20m 앞두고 넘어져 11위에 그친 하산은 “불과 두 달 전에 생애 첫 마라톤 풀코스(런던 마라톤 우승)를 뛰었다. 이번 대회에 1,500m와 5,000m, 10,000m에 출전하기로 했지만, 출전자 명단과 기록을 보며 ‘메달을 따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오늘 얻은 1,500m 동메달은 매우 특별하다”고 말했다.
하산은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 여자 1,500m와 10,000m에서 모두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여자 5,000m와 10,000m에서 금메달,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유진 세계선수권에서는 체력적인 부담을 드러내며 5,000m 6위, 10,000m 4위에 그쳤다.
부다페스트 1,500m에서 다시 메달 사냥에 성공한 하산은 이제 5,000m(24일 예선, 27일 결선) 경기를 준비한다.
그동안 세계선수권에는 1,500m 경기에만 나섰던 키프예곤은 이번 부다페스트에서는 5,000m에도 출전하기로 했다. 키프예곤은 지난 6월 10일 파리 다이아몬드리그에서 14분05초20의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며, 5,000m에서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우승 후보로 부상했다.
키프예곤과 하산의 5,000m 대결은 또 한 번 육상팬들의 시선을 끌 전망이다.
남자 3,000m 장애물 결선에서는 수피아네 엘 바칼리(27·모로코)가 세계 기록(7분52초11)을 보유한 라메차 기르마(22·에티오피아)를 물리치고 2연패를 달성했다.
바칼리는 8분03초53으로 레이스를 마쳤고, 기르마는 8분05초44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기르마는 2019년 도하, 2022년 유진에 이어 3회 연속 2위를 했다. 도쿄 올림픽에서도 기르마는 바칼리에게 우승을 내주고, 은메달을 땄다.
바칼리는 “기르마와 같은 좋은 경쟁자가 있어서, 이번 대회를 더 열심히 준비했다”며 “2024년 파리에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라우라우가 타우사가(25)는 미국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여자 원반던지기 챔피언이 됐다.
타우사가는 이날 69m49의 개인 최고 기록(종전 65m46)을 4m03이나 경신하며 69m23의 밸러리 알먼(28·미국)을 제치고 우승했다.
디펜딩 챔피언 빈펑(29·중국)은 68m20을 던져 3위에 올랐다.
하와이 출신인 타우사가는 “마우이섬 화재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며 “오늘 나의 기쁨이 하와이에 작은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타우사가는 “나는 책벌레가 되고 싶었는데 어머니가 나를 스포츠의 세계로 인도했다”며 “배구, 농구에서는 실패했지만, 포환던지기 선수로 아이오와 주립대에 입학했고, 대학에서 원반던지기를 병행하면서 세계선수권 챔피언까지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세상과 만난 타우사가는 자신과 비슷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금빛 교훈’도 전했다.
“밖으로 나가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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