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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 앞에서 넘어진 하산과 볼…네덜란드 육상 ‘불운의 날’

연합뉴스 조회수  

하산, 여자 10,000m 결승선 20m 앞두고 넘어져 11위

혼성 1,600m 계주 마지막 주자 볼은 5m 앞두고 넘어져 실격

결승선 바로 앞에서 넘어지는 펨키 볼
결승선 바로 앞에서 넘어지는 펨키 볼

(부다페스트 AP=연합뉴스) 네덜란드 육상 스타 펨키 볼(오른쪽)이 20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혼성 1,600m 마지막 주자로 나서, 결승선 5m를 앞두고 넘어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두 육상 스타 시판 하산(30)과 펨키 볼(23)이 결승선 앞에서 넘어졌다.

하산은 자조적인 목소리로 “오늘은 네덜란드 육상이 넘어진 날(National Fall-Down Day)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불운은 여자 10,000m에서 시작됐다.

20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여자 10,000m 결선에서 하산은 선두로 달리다가 결승점 20m를 남기고 넘어졌다.

마지막 한 바퀴(400m)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하산과 구다프 츠게이(26), 레테센벳 지데이(25), 에즈가예후 타예(23·이상 에티오피아)가 속력을 높여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마지막 직선 주로에 진입한 뒤에는 하산이 치고 나왔고, 츠게이가 바짝 따라붙었다.

결승점 20m 앞에서 츠게이와 하산의 팔이 닿았고, 하산이 넘어졌다.

경기 뒤 하산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내가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츠게이와 나 사이에 약간의 접촉이 있었고, 균형이 무너져버렸다”고 떠올렸다.

넘어지는 시판 하산
넘어지는 시판 하산

(부다페스트 AP=연합뉴스) 네덜란드 육상 스타 시판 하산(왼쪽 두 번째)이 20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여자 10,000m 결선에서 결승선 20m를 앞두고 넘어지고 있다.

츠게이는 31분27초18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고, 지데이가 31분28초16, 타예가 31분28초31로 2, 3위에 올랐다.

에티오피아가 세계선수권 여자 10,000m 메달을 휩쓴 건 2001년 캐나다 에드먼턴, 2005년 핀란드 헬싱키 대회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2022년 미국 유진 세계선수권 5,000m 챔피언인 츠게이는 메이저대회 10,000m에서는 처음으로 우승했다.

츠게이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승을 위해 노력했고, 값진 금메달을 따내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해 유진 세계선수권 여자 10,000m 금메달리스트이자, 2019년 카타르 도하 대회 2위였던 지데이는 세계선수권 개인 3번째 메달을 수확했다.

신예 타예는 메이저대회 첫 메달을 따냈다.

위로받는 하산
위로받는 하산

(부다페스트 AP=연합뉴스) 네덜란드 육상 스타 시판 하산(왼쪽)이 20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여자 10,000m 결선에서 결승선 20m를 앞두고 넘어진 뒤, 지데이의 위로를 받고 있다.

반면 이번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1,500m, 5,000m, 10,000m 3관왕에 도전했던 하산은 결승선 앞에서 닥친 불운 탓에 10,000m에서는 11위(31분53초35)에 그쳤다.

하산은 ‘신인류’ 또는 ‘개척자’라고 불린다.

하산은 2019년 도하 세계선수권 여자 1,500m와 10,000m에서 모두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동일인이 중거리 1,500m와 10,000m를 석권한 건 사상 초유의 사건이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여자 5,000m와 10,000m에서 금메달,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올해 6월에는 런던 마라톤에서, 처음 풀코스(42.195㎞)에서 우승해 또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10,000m에서 넘어져 아쉽게 우승을 놓친 하산은 자신에게 다가온 지데이를 향해 미소를 보였다.

이어 “아쉽긴 하지만 오늘 패배로 세상이 무너진 건 아니다. 불행인지 행운인지 모르겠지만, 아직 내가 뛰어야 할 경기(1,500m와 5,000m)가 남아 있다”고 특유의 위트 있는 인터뷰를 했다.

네덜란드의 불운
네덜란드의 불운

(부다페스트 EPA=연합뉴스) 네덜란드 육상 스타 펨키 볼(오른쪽)이 20일(한국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3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혼성 1,600m 마지막 주자로 나서, 결승선 5m를 앞두고 넘어지고 있다.

반면, 펨키 볼은 레이스 뒤 눈물을 보였다.

여자 10,000m 결선이 끝나고 30분 뒤에 열린 혼성 1,600m 계주에서 네덜란드는 또 불운을 겪었다.

네덜란드 마지막 주자로 나선 볼은 결승선 5m 앞까지 선두를 지켰다.

세계 신기록 달성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 알렉시스 홈스가 맹렬하게 추격했고, 볼은 결승선 바로 앞에서 넘어졌다.

저스틴 로빈슨, 로제이 에피옹, 매슈 볼링, 홈스가 이어 달린 미국은 3분08초80의 세계 신기록(종전 기록 2019년 도하 대회 미국 대표팀의 3분09초34)을 세우며 우승했다.

볼은 넘어지면서 배턴을 놓쳤다. 일어나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배턴을 다시 잡지 못한 상태여서 네덜란드는 ‘실격’ 처리됐다.

3분11초06의 영국이 2위, 3분11초98의 체코가 3위에 올랐다.

볼은 “(현지시간으로) 오전 예선, 오후 결선을 치르는 동안 피로가 쌓인 것 같다. 결승선을 앞두고 평소보다 느려진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경련 증상도 일어났다. 누군가 내 뒤에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 바닥에 쓰러졌다”고 회상했다.

동료들을 향한 미안함에 볼은 눈시울을 붉혔다.

하지만, 동료들은 볼 덕에 네덜란드 계주팀이 세계 정상권에 진입했다는 걸 알고 있다.

볼의 주 종목은 400m 허들이다.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3위, 지난해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2위를 차지했다.

400m 허들 역대 최고 선수로 꼽히는 시드니 매클로플린(미국)이 이번 대회에 불참해 볼은 여자 400m 허들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jiks79@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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