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잠실 두산전 진땀 세이브…1사 2, 3루 위기 탈출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이강철 kt wiz 감독은 “박영현을 마운드에 올리면서도 ‘쟤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해서) 없으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로 박영현에 대한 신뢰감을 드러냈다.
올해로 프로 2년 차인 박영현은 현재 KBO리그에서 첫손가락에 꼽을 만한 불펜 투수다.
54경기 출전으로 출전 경기 수가 리그 최다이며, 24개의 홀드 역시 압도적인 리그 1위다.
57⅔이닝을 던져 3승 3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3.12를 거둔 박영현의 활약상이 없었더라면, 시즌 초반 꼴찌였다가 이제는 2위 자리까지 넘보는 kt의 상승세도 불가능했다.
원래 박영현의 임무는 마무리 김재윤이 올라오기 전까지 마운드를 지키는 것이지만, 김재윤이 출전하지 못하는 날은 뒷문까지 단속해야 한다.
마침 17일 경기에서 kt는 김재윤에게 휴식을 주기로 했고, 9-5로 앞서가던 9회 말 주권이 선두타자 호세 로하스에게 1점 홈런을 내줘 세이브 상황이 갖춰졌다.
팀 승리를 지키고자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은 ‘9회가 주는 무게감’ 때문인지 이리저리 흔들렸다.
양석환과 강승호, 김인태에게 안타를 맞아 1점을 허용했고, 대타 박준영에게까지 1타점 2루타를 맞았다.
이 감독은 점수는 9-8까지 좁혀진 가운데 1사 2, 3루 절체절명 위기에 봉착하자 마운드를 방문해 박영현에게 끝까지 맡기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박영현은 허경민을 얕은 외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가장 큰 고비를 넘긴 뒤 조수행과 풀카운트 대결 끝에 삼진으로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만난 포수 장성우는 “공 자체에 힘은 있었는데, 요구한 쪽과 반대 방향으로 던지더라”고 박영현이 고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장성우는 “감독님이 마운드에 올라와서 ‘점수 다 줘도 괜찮으니까 편하게 하자.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으니 조금만 가볍게 해보라’는 말만 하고 내려가셨다”고 뒷이야기를 공개하기도 했다.
1사 2, 3루에서 허경민과 대결을 선택해 위기를 넘긴 것도 박영현에게는 큰 경험이다.
장성우는 “그 상황이 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우리는 연승 중이고, 두산은 연패 중 아닌가. 야구에는 ‘연승은 이어가기 쉽고, 연패는 끊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면서 “원래대로면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를 채웠겠으나 막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박영현은 “(김)재윤이 형이 쉬는 날이라 마무리 역할을 맡았고, 이겨서 다행”이라며 “아무래도 주로 8회에 등판하다가 9회에 나가는 건 무게감이 달랐다”고 했다.
1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팀 승리를 지킨 덕분에 한 뼘 더 성장했다.
박영현은 “무게감을 가지고 던지고 집중하려고 한다.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불펜 필승조에 마무리 투수로까지 경험을 쌓아가는 박영현의 성장은 금메달을 노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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