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때 1회전 탈락했는데 정말 창피했다. 국가대표로서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고, 그때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하겠다고 결심했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21·삼성생명)이 지난 3월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에 출연해서 했던 말이다.
반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그때 했던 말을 진천선수촌에서 떠올리며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안세영은 16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가진 대한배드민턴협회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자카르타(아시안게임) 때는 배드민턴을 하기에 부족했지만 지금은 잘 채워져서 이제는 모두가 기대하는 선수가 되지 않았나 싶다”며 “이번 아시안게임 때는 창피했었던 자카르타 때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서 천적 천위페이(중국)를 만난 안세영은 1회전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고 눈물을 삼켰다. 2022 도쿄올림픽 때는 8강에서 천위페이에 석패했다. 당시 세계랭킹 1위 천위페이를 위협하는 인상적인 경기력을 펼쳤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지울 수 없었다.
더 이상 천적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1승8패로 절대 열세였지만, 올해는 4승2패 우위를 점하고 있다. 현재 세계랭킹 3위의 천위페이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안세영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천위페이는 항저우 출신으로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뛴다.
안세영은 “제가 지금까지 천위페이와 할 때마다 어렵게 이긴 적이 많았다. 천적관계를 지웠다기보다는 해봐야 할 것 같다”며 “고향이든 어디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즐기는 배드민턴을 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천위페이 외에도 걸림돌은 많다.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타이쯔잉(대만)과 형성된 빅4 구도를 깨야 한다. 이에 대해 안세영은 “못 이겨본 선수가 없다. 랭킹 1위답게 당당하게 경기를 치르겠다”며 여유도 보였다.
광주체중 3학년이던 2017년 12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최연소로 통과해 국가대표가 된 안세영은 6년 만에 세계 최정상에 등극했다. 올해 11개 대회서 강자들을 거푸 꺾으며 우승 7차례, 준우승 3차례의 성적으로 세계랭킹 1위로 등극했다.
지난달 일본오픈에서 우승하며 1996년 방수현(은퇴) 이후 한국 선수로는 27년 만에 BWF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안세영은 “성지현 코치께서 항상 ‘(세계 1위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을 인정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면 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해주신다. 또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그만큼 자신감도 늘었다. 랭킹 1위답게 내 배드민턴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올 시즌 상금랭킹에서도 1위(42만8480 달러)에 오른 안세영은 “상금 1등은 예상했다. 열심히 달렸는데 이 정도 보상은 충분히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기량은 급성장했고 이제는 자신감과 랭킹1위다운 여유까지 생겼다.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는 여전하다. 항저우에서 안세영이 펼칠 복수혈전이 금메달로 연결될 수 있을지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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