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고등학교 때도 들었던 얘기다. 지금 당장 해볼 수는 없다. 나중엔 바꿀 수도 있다.”
KIA 스마일가이 윤영철(19)은 장기적으로 130km대 후반의 스피드를 좀 더 올려야 할까, 놔두고 장점을 극대화해야 할까. SBS스포츠 이순철 해설위원은 ‘조건부 전자’를 택했다. 반면 KBS N 스포츠 유희관 해설위원 ‘조건부 후자’를 택했다.
기본적으로 이순철, 유희관 해설위원은 올 시즌 KIA 경기를 중계하면서 윤영철에 대한 칭찬을 입이 마르도록 했다. 그러나 롱런을 위한 방향성 제시는 달랐다. 이순철 위원은 지금의 장점을 유지한 채 145km까지 찍으면 KBO리그 타자들을 갖고 놀 것이라고 했다.
이게 안 될 경우 글러브를 낀 손과 그렇지 않은 손이 분리되는 동작을 좀 더 천천히 할 것을 조언했다. 최대한 힘을 모았다가 던지면 그만큼 공이 좀 더 묵직할 것이라고 했다. 화살을 쏠 때 최대한 뒤로 당겼다가 놔야 힘 있게 날아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놀랍게도 윤영철은 이순철 위원의 조언을 알고 있었다. 지난 13일 부산 롯데전을 앞두고 “그 얘기는 고등학교 때부터 들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즌 중에 그렇게 바꿀 수는 없다. 나중에 바꿀 수는 있다”라고 했다.
실제 선수가 시즌 중에 투구 혹은 타격 매커닉을 수정하는 건 불가능하다.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단, 윤영철이 이순철 위원의 얘기를 알아들었다는 점, 실제 변화의 의지, 계획이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자신만의 것을 고집하지 않는다.
심지어 윤영철은 유희관 위원의 조언을 이미 받아들이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유희관 위원은 현역 시절 ‘원조’ 느림의 미학답게 비슷한 유형의 윤영철에게 방향성 제시를 명확하게 했다. 패스트볼 스피드를 인위적으로 높이기 어렵다면 더 느린 변화구, 커브를 정착할 것을 주문했다.
윤영철의 변화구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이다. 여기에 구속이 더 느린 커브를 섞는다면 투구내용이 더 좋아질 것이며, 굳이 패스트볼 스피드를 올리지 않아도 구속 차를 활용한 투구가 가능하다는 게 유 위원 주장이다.
윤영철은 이미 커브를 연습하고 있다. “실전에선 거의 안 던진다. 제구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제구만 확실하면 던질 수 있을 것 같은데. 타자에게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 130km대 후반의 패스트볼을 던지니, 100~110km대 커브라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대신 구속이 이 정도이니 윤영철의 말대로 본인이 원하는 수준으로, 매우 정교하게 들어가야 한다. 손 끝 감각이 워낙 좋은 투수이니, 언젠가 커브를 던지는 윤영철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윤영철의 변화 시도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12일 부산 롯데전을 보면, 특유의 ‘끄덕끄덕’이 사라진 경우가 있었다. 윤영철의 투구를 자세히 보면, 특유의 크로스 스텝을 밟은 뒤 하체를 두 차례 앞, 뒤로 ‘끄덕끄덕’하고 흔든다. 그 반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투구로 이어간다.
이 동적을 한다고 해서 특별히 힘이 더 모아지는 건 아니라는 게 본인 얘기다. 그저 예전부터 계속 이렇게 던져왔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조금씩 움직이면서 던져야 편하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 동작을 하지 않는다? 윤영철은 “템포를 더 빠르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내년부터 피치클락도 하지 않나. 그런 것까지 생각하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 이날 윤영철은 끄덕끄덕을 할 때도, 안 할 때도, 약하게 할 때도 있었다. 이 동작이 투구 퀄리티에 딱히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윤영철은 룰 변화까지 염두에 두고 여러 대비를 하고 있다. 확실히 보통의 신인이 아니다.
윤영철은 “5회 2사 후 얻어맞고 내려가서 아쉬웠지만, 지난 일을 바꿀 수 없다. 더위를 많이 타는 게 요즘 가장 큰 걱정이다. 날씨가 시원해지면 큰 문제없을 것이다. 체력 관리는 다른 게 없고, 8시간씩 자려고 한다. 8시간보다 더 자도 좋지 않은 것 같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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