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박세웅. |
6월까지 좋았던 흐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롯데 자이언츠의 국가대표팀 와일드카드 듀오 박세웅(28)과 나균안(25)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로드맵에도 비상이 걸렸다.
박세웅은 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선발 등판해 2⅓이닝 6피안타 3볼넷 1탈삼진 6실점(3자책)으로 시즌 7패(4승)째를 기록했다. 롯데도 수비 실책과 함께 박세웅이 일찌감치 무너지면서 8-10으로 패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7월 8일 사직 LG 트윈스전부터 5연패째다. 지난 사직 NC 다이노스전에서는 7이닝 3실점 퀄리티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으나, 팀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 투수가 됐었다. 같은 기간 평균자책점은 7.40. 6월까지 2.50이었던 평균자책점도 7월 이후 5경기를 통해 어느덧 3.62까지 치솟았다.
이날 박세웅은 직구 26개, 슬라이더 15개, 커브 12개, 포크 11개, 슬러브 6개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 총 70개의 공을 던졌다. 구속은 최고 시속 148㎞, 평균 146㎞로 안정적이었으나, 제구가 그러지 못했다. 스트라이크존에서 한참 벗어나거나 치기 좋게 안쪽으로 들어오는 실투가 잦았고 이는 많은 안타와 뜬 공 타구를 양산했다. 이날 롯데의 패인은 귀신에 홀린 듯한 내야 수비였지만, 주자를 계속해서 내보낸 박세웅도 책임을 면피하긴 어려웠다.
국가대표 투수의 계속된 부진에 한숨이 늘어나는 것은 롯데만이 아니다. 박세웅은 와일드카드로서 지난 6월 9일 동료 나균안과 함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포함됐다. 이때만 해도 토종 원투펀치로서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던 이들의 합류는 당연해 보였다. 6월까지 박세웅은 14경기 4승 2패 평균자책점 2.50, 나균안은 14경기 6승 2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 중이었다.
함께 뽑힌 선수 중 선발 투수는 곽빈(24·두산), 원태인(23·삼성), 문동주(20·한화), 장현석(19·마산용마고,이상 우완), 구창모(26·NC), 이의리(21·KIA, 이상 좌완)가 있었다. 이들 중 가장 퍼포먼스가 기대되는 것은 구창모였지만, 부상 중이었고 기세가 좋았던 것은 롯데 선발 듀오였기에 이들에 대한 기대감은 상당했다.
롯데 나균안. |
하지만 6월말부터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나균안이 먼저 오른쪽 팔꿈치 내측 염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더니 박세웅이 난타를 당하기 시작했다. 7월 이후 박세웅의 WHIP(이닝당 볼넷, 안타 허용률)은 무려 1.89다. 1선발들의 WHIP이 보통 1.00 근방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심각한 수준.
나균안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열흘간의 휴식 후 7월 복귀했으나, 3경기 평균자책점 6.23, WHIP 2.08로 좋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30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왼쪽 햄스트링 염좌로 1군 엔트리에서 다시 제외됐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햄스트링 파열은 아니고 염좌 수준이다. 2~3주 정도 이탈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빨리 돌아올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게 했다가 늦게 오면 곤란하다. 정확한 타임테이블이 나오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사실상 8월 내 복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서 9월 23일부터 시작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에도 차질이 생겼다. 박세웅, 나균안뿐 아니라 최종 엔트리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이미 아시안게임 금메달 로드맵에는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국가대표팀 핵심 이정후(25·키움)가 지난달 27일 왼쪽 발목 신전지대 손상으로 수술을 받았고 3개월 재활이 예상돼 아시안게임에 뛰지 못하게 됐다.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 할 구창모는 6월 말 왼팔 척골 피로골절 진단을 받으면서 또 한 번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재활 기간이 최소 한 달 이상으로 예상돼 8월 내 복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잘 나가던 롯데 토종 선발 듀오마저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면서 류중일 대표팀 감독과 조계현 위원장을 필두로 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력강화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 이상 마운드가 흔들리면 목표로 했던 금메달도 장담하기 어렵다. 대표팀 최종 명단 발표 당시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은 “일부 부상 선수가 있는데 선수의 부상이 길어져도 대회 전날까지 교체가 가능해서 그 가능성을 두고 논의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후의 이탈로 최종 엔트리 변동 가능성이 생겼지만, 부상이 아닌 부진한 선수에 대해서는 그들의 반등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박세웅의 연패가 길어지지 않길 바라는 것이 롯데팬만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류중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 /사진=뉴스1 |
류중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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