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승리 소식 감감…9년 연속 170이닝 투구도 험난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대투수’ 양현종(35)이 흔들리고 있다.
양현종은 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뭇매를 맞아 2이닝 동안 9안타와 볼넷 1개를 주고 8실점(6자책) 했다.
패배 직전에 몰린 양현종을 비가 구했다. KIA의 2회말 공격 때 폭우가 쏟아졌고, 심판진은 55분간 기다리다가 노게임을 선언했다.
팀이 중상위권 도약에 사활을 건 시점에서 치른 중요한 일전을 망칠 뻔했던 양현종은 한숨을 돌렸다.
양현종은 지난달 6일 SSG 랜더스를 상대로 5이닝 1실점 투구로 시즌 5승(6패)째를 챙긴 이래 3번의 등판에서 한 달 넘게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전반기 마지막 등판인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5이닝 3실점(2자책점), 후반기 첫 등판인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5⅔이닝 4실점으로 2연패를 당했다.
이달 2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5이닝 3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10년 넘게 KIA 마운드의 대들보로 활약해 온 양현종도 어느덧 30대 중반에 이르렀다.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쇠퇴하는 현상)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양현종은 같은 포심 패스트볼이라도 구속을 줄여 타자가 마치 체인지업으로 착각하게끔 ‘느린 직구’를 연마하는 등 변화에 힘을 쏟았다.
그러나 시즌 중반인 6월에 접어들면서 구위가 떨어져 대량 실점하는 일이 잦아졌다.
타자와의 대결에서 고전하다 보니 투구 이닝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양현종이 선발 투수의 최소 몫인 6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킨 건 6월 24일 kt wiz와의 경기가 마지막이다.
양현종이 가장 애착을 보이는 9년 연속 170이닝 돌파도 난관에 부닥쳤다.
양현종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170이닝 이상을 던진 ‘이닝이터’였지만, 올해에는 18경기에서 101이닝 투구에 그쳤다.
양현종이 올해 11∼12차례 정도 더 등판한다고 가정할 때 평균 6이닝씩을 던져도 170이닝에 이르긴 어렵다.
아울러 현재 추세로는 9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대하기도 벅차다.
KIA는 전반기 막판 두 명의 외국인 선발 투수를 교체해 토머스 파노니∼마리오 산체스∼양현종∼이의리∼윤영철로 선발진을 재구성했다. 가을 야구를 향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대만프로야구 전반기를 평정하고 KIA 유니폼을 입은 산체스는 투구 시 이중 키킹과 독특한 1루 주자 견제 동작을 지적받고서는 크게 흔들려 최근 세 경기에서 난타당했다.
지난해 KBO리그를 경험한 파노니의 기량은 검증됐지만, 3선발 양현종이 흔들리면서 선발진 전체가 휘청거리는 모양새다.
이제 풀타임 2년 차 선발인 이의리와 새내기 윤영철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긴 무리다.
결국, 언제나 그래왔듯이 양현종이 선발진의 무게 중심을 잡고, 산체스가 KBO리그 적응력을 키워 초반의 위압감을 되찾아야 KIA의 경쟁력도 살아난다.
등판 순서는 3선발이지만 무게감은 1선발이나 다름없는 양현종의 부활에 KIA의 가을이 달렸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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