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서울교육청 합동조사결과 발표…학부모 폭언 여부는 못 밝혀
서이초 교사 70%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항의받아”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지난 달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신규교사가 학기 초부터 학급 내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의 생활지도로 어려움을 겪은 점이 교육당국의 합동조사에서 드러났다.
숨진 교사는 담임학급의 학생들끼리 다툰 ‘연필 사건’과 관련해 학부모에게 개인 전화번호로 전화를 받았지만, 고인이 폭언을 들었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은 7월 24일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합동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 문제행동 학생 지도 어려움…’연필 사건’ 학부모 폭언 여부 못 밝혀
합동조사단은 고인이 숨진 채 발견되기 엿새 전인 7월 12일 오전 수업 중 B학생이 A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찌르자 A학생이 그만하라며 연필을 빼앗으려다 자신의 이마를 그어 상처가 생긴 ‘연필 사건’이 있었다는 점을 동료 교원 진술로 확인했다.
당초 서이초 측은 고인의 학급에서 접수된 학교폭력 신고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교원노조 등은 동료 교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고인이 학생 간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당국 조사에서는 이 사건 당일 학부모가 여러 번 고인에게 휴대전화로 전화했고, 고인은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휴대전화 번호를 학부모가 알게 된 사실에 대해 불안하다는 말을 동료 교원에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동조사단은 다만, 학부모가 고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게 된 경위나 폭언을 했는지 여부 등은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추가 확인이 필요해 보이지만 ‘부재중 전화가 엄청 걸려왔다’, ‘통화에서 학부모가 엄청 화를 냈다’, ‘개인 휴대전화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불안하다’는 동료 증언 등을 보면 학부모 민원에 대해 굉장한 스트레스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합동조사단은 또한 고인이 학기 초부터 다른 문제행동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었고, 학기 말 업무량이 많았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장 차관은 “교사들 증언에 따르면 학급에서 화를 내고 막말하는 C학생에 대해 (고인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 점이 있다”며 “D학생은 가위질하다가 난동을 부린 적이 있고 2∼3일에 한 번씩 ‘선생님 때문이야’라며 울부짖는 소리를 내는 등 폭발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이초가 사건 직후 낸 입장문과 관련해서는 누리소통망(SNS)에서 떠돌던 의혹과 달리 1학년 담임 배정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업무가 고인의 ‘1지망’이었다고 합동조사단은 밝혔다.
입장문 초안에 있던 ‘연필 사건’ 내용이 학부모 요구로 최종본에서 빠졌다는 의혹의 경우 다른 사건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 있으니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달라는 교육청 요청에 따라 학교가 삭제한 것이라고 합동조사단은 설명했다.
‘학급 내 정치인 가족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유명 정치인의 이름을 학교가 관리하는 기록(학부모 이름 등)과 대조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서이초 교사들 “학부모 민원 대응, 부적응학생 지도 어려워”
이와 별도로 합동조사단은 서이초 교원 65명을 대상(41명 응답)으로 7월 27∼28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월 1회 이상 학부모 민원과 항의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월 7회 이상 경험했다는 응답자도 6명이었다.
응답자의 49%는 교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또한 정서불안이나 품행장애 등 부적응 학생 지도를 위한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과밀학급 문제와 학부모의 지나친 간섭·막말에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 출결 민원 전자시스템 도입 ▲ 학급당 학생 수 제한 ▲ 민원처리반 도입 ▲ 악성 민원을 교권 침해로 신고 ▲ 아동학대방지법 개정 ▲ 부적응 학생 지도를 위한 학부모 책임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교단에 선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교사의 죽음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시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공동체의 목소리를 잘 듣고 실효성 있는 교권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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