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제연맹 집행위원 선임돼 후쿠오카서 첫 세계선수권대회 경험
성평등 문제 “한쪽 권리를 위해 다른 쪽 권리 빼앗으면 안 돼”
(후쿠오카=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박주희(44)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ISF) 사무총장은 2023 국제수영연맹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가장 바쁜 사람 가운데 한 명이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여성으로는 최초로 국제수영연맹 집행위원에 선임된 박 위원은 전 세계 수영인의 최대 축제인 세계선수권대회 무대에서 수많은 회의와 함께 연맹의 의사 결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집행위원에 선임된 이후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른 박 위원은 대회 폐막을 이틀 앞둔 2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제가 활동하는 분야에서 결정권자 위치로 오게 되니 여러 이야기를 들어 볼 기회가 됐다. 그리고 어느 정도 우리 입장을 발언할 자격이 주어진 거다. 조금이라도 한국 스포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박 위원은 반도핑 분야 전문가로 일하다가 점차 활동 영역을 넓혀 이제는 한국 체육계를 대표하는 국제 스포츠 행정가로 자리매김했다.
회장과 함께 국제수영연맹의 핵심 의사 결정 권한을 가진 집행위원에 선임된 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이 전 대통령과 이 회장은 대한수영연맹 회장 자격으로 집행위원이 됐다면, 박 위원은 ‘아시아·반도핑·여성’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박 위원은 “중요한 안건을 결정할 때 중심이 돼서 논의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으로 집행위원의 역할을 규정하고 “제 전문 분야에서 나온 여러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내놓거나 중간에서 전달하는 일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표성을 가지고 자리에 앉았으니,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여러 상황이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고 국제적인 내용을 국내에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잘해왔던 대한민국 수영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박 위원은 이번 대회 기간 끊이지 않는 회의 때문에 새벽 3시가 돼서야 호텔 방에 들어가기 일쑤였다.
국제수영연맹뿐만 아니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위원 등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여러 직함을 가진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난 뒤 모든 국제대회가 한 번에 몰려서 열리는 중이다. 당장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끝나면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등 여러 대회가 한꺼번에 몰린다. 그래서 아무래도 한국에서 지낼 시간이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스포츠계는 반도핑과 성평등이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특히 성평등은 남성 호르몬 규정을 놓고 세계육상연맹과 법정 공방을 벌이는 캐스터 세메냐(남아프리카공화국)로 인해 격론이 끊이지 않는다.
박 위원은 “수영 쪽에서도 남성과 여성이 아닌, ‘제3의 성’까지 함께 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다. 이들을 위한 시범 대회를 독일에서 개최하는 것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민감한 주제에 대한 의사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은 ‘누구의 권리도 침해받지 않는 것’이다.
한쪽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다른 쪽의 권리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박 위원은 “모든 성별을 통합해서 어떻게 차별 없이 가야 할까 고민이다. 기존에 있는 선수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 모든 이들이 가진 권리의 균형을 맞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제 박 위원은 세계수영의 주요 현안을 결정할 때 의견을 개진할 핵심적인 위치까지 올라왔다.
황선우(강원도청)를 비롯한 선수들의 활약으로 ‘경기장 안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면, 박 위원은 스포츠 행정 분야에서 이들을 든든하게 받치고자 한다.
박 위원은 “제가 맡은 여러 분야의 목소리를 잘 모아서 전달해 좋은 결정을 하도록 방향을 이끌어가는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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