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형 200m에서 ‘마른 수건 쥐어짜듯’ 또 한국 신기록 수립
항저우에서 다관왕 노리려면 체력 보완이 과제
(후쿠오카=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후쿠오카의 물살을 힘차게 가른 황선우(강원도청)의 올해 나이는 고작 20살이다.
2020년 한국 수영의 희망으로 떠올라 이제는 간판선수로 자리 잡은 그는 이번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20대 초반인 지금, 기록을 만들어야 하니 뒤처지지 않고 열심히 훈련하겠다”는 각오를 재확인했다.
자유형 200m 한국 신기록보다, 한국 선수 최초의 롱코스(50m) 세계선수권대회 2회 연속 메달보다 값진 소득이다.
황선우는 25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경영 자유형 200m 결승에서 1분44초42에 터치패드를 찍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 이 종목에서 자신이 세운 종전 한국 기록(1분44초47)을 0.05초 앞당긴 기록이다.
남자 자유형 200m는 1분44초 초·중반대만 찍어도 올림픽 금메달을 노려볼 수 있다.
이제까지 전신 수영복이 금지된 2010년 이후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분43초대에 진입해본 선수는 다비드 포포비치(루마니아)와 야닉 아넬(프랑스) 두 명뿐이다.
아넬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1분43초14를 찍었고, 포포비치는 작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1분43초21로 우승한 뒤 그해 8월 로마 유럽선수권대회에서 1분42초97이라는 괴물 같은 기록을 냈다.
현재 황선우의 기록인 1분44초 중반대가 되면, 대다수 선수는 벽에 가로막힌다.
신기록에 목말랐던 황선우는 이번 후쿠오카 대회를 통해 마치 ‘마른 수건에서 물을 쥐어짜듯’ 0.05초를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자유형 200m에서 ‘아시아 최강’을 확인한 것도 성과다.
중국의 ‘라이징 스타’ 판잔러가 준결승에서 탈락한 가운데, 황선우는 아시아 선수로는 이호준(대구광역시청)과 단둘이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200m 결승 물살을 갈랐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가능성을 조금은 더 키운 장면이다.
이번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과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황선우는 25일 자유형 200m 결승을 치른 뒤, 26일 오전 자유형 100m 예선과 오후 준결승은 부쩍 체력적으로 힘든 기색을 내비쳤다.
이번 대회 첫 번째 목표가 자유형 200m 한국 신기록, 두 번째 목표가 계영 메달이었다면, 마지막 목표는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 자신이 세운 자유형 100m 한국 기록 47초56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자유형 100m는 2년 넘게 기록을 못 줄이고 있어서 조급하다”고 말했던 황선우는 결국 자유형 100m 준결승에서 48초08로 터치패드를 찍어 한국 기록은 물론이고 6월 광주 대회에서 본인이 기록한 시즌 최고 47초44에도 미치지 못했다.
“체력이 괜찮았던 광주에서는 47초대 기록이 나왔다. 다음 대회부터 체력 관리를 더 세심하게 해야 한다”고 다짐한 황선우의 ‘다음 대회’는 9월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병역 미필인 황선우에게는 중요한 무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경영 종목은 9월 24일 시작해 29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황선우의 주 종목인 자유형 200m와 100m가 연달아 잡힌 것과는 달리, 항저우에서는 경영 첫날인 9월 24일 자유형 100m 예선과 결승을 모두 치르고 자유형 200m는 27일에 열린다.
또 하나의 금메달 목표 종목인 계영 800m는 25일이다.
항저우에서 목표로 한 ‘수영 3관왕’에 등극하려면, 계영 800m 금메달은 필수다.
황선우는 이번 대회 계영 800m에 1번 영자로 나섰지만, 저조한 기록을 냈다.
예선에서 200m 구간 1분47초29로 주춤하더니, 결승에서도 1분46초35로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계영 800m 대표팀은 황선우가 제 기량을 내지 못했음에도 두 차례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결승 6위로 ‘드림팀’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였다.
황선우가 계영에서 주춤했던 이유는 몸살감기다.
앞으로 좀 더 세심하게 몸 상태를 관리해야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다.
대한수영연맹은 이른바 ‘비시즌’인 내년 2월에 카타르 도하 세계선수권대회가 또 잡혀 있는 점을 고려해 황선우를 비롯한 경영 국가대표 호주 전지훈련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인 8월에 추진할 참이다.
황선우가 호주의 ‘지옥 체력 훈련’을 이겨낸다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내년 도하 세계선수권대회, 파리 올림픽까지 역영하게 할 ‘연료통’을 장착할 수 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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