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계속 더 힘든 길을 걸어가겠습니다. 거칠고 척박한 땅만 골라서 그곳에서 향기나는 작은 들꽃을 피우겠습니다” 한국 최초의 기록을 써냈다. 순위는 23명 중 23위, 최하위지만 순위를 떠나 그의 도전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최병화(인천광역시체육회)는 27일, 일본 후쿠오카 모모치 시사이드 파크에서 열린 2023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 하이다이빙 남자부 27m 종목 3,4차 시기에 출전해 113.10점을 추가했다.
1~4차 시기 최종 합계 187.50점. 출전한 23명 선수 가운데 최하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5일 열린 1,2차 시기에서는 74.40점을 획득했다.
이 날 3차 시기에 나선 최병화는 파이크(Pike, 앞으로 뛰어 다리를 쭉 펴고 두 손으로 감싼 동작) 자세로 세 바퀴를 돌고 몸을 반 바퀴 틀어 입수하는 난도 3.4의 연기를 펼쳐 56.10점을 더했다. 마지막 4차 시기에서는 3차 시기와 처음 뛰는 방향만 반대고, 다른 동작은 같은 난도 3.8의 연기를 펼쳤다. 점수는 57.00점을 더했다.
대회를 마친 최병화는 “3라운드 경기를 잘 마치니까 4라운드를 앞두고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사실 어제도 훈련할 기회는 있었지만 신체적, 정신적으로 충격이 쌓인 상황이라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하루 쉬었다. 대신 영양 섭취 잘하고 푹 쉬고 충분히 마사지하고 명상하면서 교감 신경을 내려놓고 집중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세계선수권대회 종목 가운데 가장 리스크가 큰 하이다이빙은 결승 없이 1~4차 시기 점수를 합산해서 최종 순위를 가린다. 남자는 아파트 10층 높이에 달하는 27m, 여자는 20m에서 점프한다.
대한민국 1호 하이다이빙 선수로 이름을 내건 최병화는 와일드카드 초청 선수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최병화는 대한민국에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선물했던 고(故) 최윤칠 대한육상연맹 전 고문의 손자다. 최윤칠 전 고문은 1952년 15회 헬싱키 올림픽 마라톤 4위, 1954년 마닐라 아시안게임에서 1,500m 금메달을 따는 등 한국 육상의 거목으로 활약했다.
손자인 최병화는 땅 위를 제패했던 할아버지와 달리 물의 길을 걷고있다. 공통점이라면, ‘최초’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최병화의 다이빙 입문 또한 늦다. 지난 2016년, 비전공자로 다이빙을 시작한 그는 자비를 들여 해외를 돌아다녀야 했다. 국내에는 훈련할 장소조차 부족하다. 정규규격인 10m 플랫폼 다이빙대를 이용하는데도 제약이 따른다. 최병화는 대회 및 훈련을 위해 가지고 있는 재산을 정리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해 4월,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게 긴 애도의 글귀를 남겼다. 그는 “지금의 인간 최병화를 만들어 낸 나의 아버지”라는 글과 함께 “아버지는 저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또 호되게 꾸짖었다”는 글을 남겼다.
이어 “연기처럼 사라져도 불꽃처럼 살겠다”는 다짐과 더불어 “계속 더 힘든 길을 걸어가겠다. 거칠고 척박한 땅만 골라서, 그 곳에서 향기나는 작은 들꽃을 피워내겠다. 일단 제가 구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는 하이다이버가 되어야겠다”는 각오를 적어냈다.
이후에도 그는 러시아, 유럽 등지를 다니며 전지훈련과 대회 스케줄을 꾸준히 소화해왔다.
한편, 이번 대회 남자부 우승은 콘스탄틴 포포비치(루마니아)가 472.80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뒤를 이어 카탈린 페트루 프레다(루마니아)가 438.45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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