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는 ‘영국 계영 멤버’ 정도로 평가받던 리처즈, 개인 종목 첫 메이저 대회 金
(서울·후쿠오카=연합뉴스) 하남직 이대호 기자 = ‘복병’으로 꼽히던 매슈 리처즈(20·영국)는 결승점에 도달하기 직전, 다비드 포포비치(18·루마니아)와 황선우(20·강원도청)를 차례대로 제쳤다.
사람의 눈으로는 결과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접전이 펼쳐졌고, 전광판에 기록이 뜬 뒤에야 리처즈는 포효했다.
25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우승한 선수는 포포비치도, 황선우도 아닌 리처즈였다.
리처즈는 경기 뒤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피곤한 레이스였다. 정말 행복하다”며 “정말 험난한 과정을 뚫고 금메달을 땄다”고 말했다.
리처즈는 1분44초30에 터치패드를 찍어, 1분44초32의 톰 딘(23·영국)을 0.02초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황선우가 1분44초42로 3위를 차지했다.
150m를 가장 먼저 턴한 건 ‘디펜딩 챔피언’ 포포비치였다.
포포비치는 1분16초78로 150m 지점을 통과했다. 당시까지 2위는 1분17초57의 황선우였다.
1분17초77로, 3위로 150m를 턴한 리처즈는 마지막 50m를 26초53으로 역영해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황선우의 마지막 50m 구간 기록은 26초85, 포포비치의 이 구간 기록은 28초12였다.
리처즈는 “모두가 ‘포포비치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코치와 포포비치를 제칠 수 있는 레이스 계획을 현명하게 짰다”며 “나보다 팔이 긴 선수도 있어서 마지막 피니시도 제대로 해야 했다. 가장 큰 우승 동력은 나의 능력을 믿고, 내가 훈련해 온 시간을 믿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리처즈는 키 188㎝로 자유형 단거리 선수 중에는 작은 편이다. 황선우의 키가 187㎝다.
경력도 화려하지 않다.
리처즈는 2021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 남자 계영 800m에서 금메달을 합작하긴 했지만, 톰 딘과 던컨 스콧이 더 주목받았다.
딘과 스콧은 도쿄 올림픽 남자 자유형 200m에서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영국 계영 멤버’로만 평가받던 스콧은 올해 4월 열린 영국 대표선발전에서 1분44초83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우승하며 ‘개인 종목’에서도 주목받았다.
황선우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리처즈를 ‘경계해야 할 선수 중 하나’로 지목했다.
본 무대에서 스콧은 더 속력을 높였고 결승에서 1분44초30으로 개인 최고 기록을 또 경신하며, 자신의 세계선수권 개인 종목 첫 메달을 금빛으로 물들였다.
결승에 출전한 선수 중 스콧의 기량을 가장 잘 아는 선수는 영국 대표팀 동료 딘이었다.
딘은 “내게 은메달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결과”라며 “나는 리처즈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오늘도 ‘내가 누군가에게 패한다면, 그 상대는 리처즈일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밝혔다.
딘은 마지막 50m를 26초42의 놀라운 기록으로 영역하며 2위를 차지했다.
황선우는 “포포비치가 거의 1m를 앞서 있었기 때문에 포포비치만 잡으려고 했다. 마지막에 잡고 나서 (금메달을) 조금 기대했는데, 옆에 있던 딘과 리처즈가 장난 아니게 스퍼트했더라”라고 떠올리며 “영국 선수들을 보지 못해서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200m에서 개인 최고 기록 경신하고 저한테 없던 동메달을 얻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영국 선수가 1, 2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림픽에서는 2년전 도쿄에서 딘과 던컨이 1, 2위에 나란히 올랐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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