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아쉬워하는 나상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김동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김동헌(26) 골키퍼가 동갑내기 나상호(26)를 ‘안 풀리는 날’로 만들었다.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82번째 ‘경인더비’이자 ‘하나원큐 K리그1 2023’ 24라운드가 지난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승자는 원정팀 인천이었다. 전반 막판 터진 음포쿠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 신승을 거뒀다.
인천은 서울에게 볼 점유율과 공격 주도권을 내주면서도 효율적인 경기 운영과 날카로운 역습, 탄탄한 수비를 앞세워 승리를 챙겼다. 이로써 인천은 시즌 첫 3연승과 6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최근 K리그1 팀 중 가장 좋은 흐름이다. 직전 9위에서 7위로 점프하며 상위 스플릿 진출 전망을 밝혔다.
결승골을 터트린 음포쿠의 결정력도 훌륭했지만 상대 결정적 슈팅을 모조리 막아낸 김동헌의 수훈도 컸다. 특히 나상호의 페널티킥(PK)과 결정적 슈팅을 선방하며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다.
김동헌(위)과 윌리안.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나상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김동헌(가운데).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김동헌은 서울의 공세에 시달리던 전반 17분 무리하게 공중볼을 처리하다가 PK를 내줬다. 기성용이 미드필더 지역에서 전방으로 높게 찔러준 패스를 처리하기 위해 달려들다가 윌리안과 강하게 부딪혔다. 두 선수 모두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김동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났지만 윌리안은 동료들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일어섰다. 이후 경기를 뛰려고 했지만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교체됐다. 윌리안은 정밀 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김동헌에게도 옐로 카드가 주어졌다.
PK 키커로 나선 이는 K리그 득점 공동 1위 나상호였다. 나상호가 강하게 골문 왼쪽으로 찼지만 몸을 날린 김동헌의 손에 걸린 뒤 골대 상단을 맞고 아웃됐다. 인천 선수들은 바로 김동헌에게 달려와 기쁨을 표현했다. 지옥과 천당을 오간 순간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김동헌은 “실수를 안 하려고 했는데 결국 실수를 저질렀다”며 “PK가 선언댔을 때는 그냥 ‘막으면 되지’라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PK 선방은 평소 나상호에 대한 김동헌의 분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동헌은 “나상호 선수가 보통 가운데 아니면 왼쪽으로 차는 걸 많이 봤다. 어디로 몸을 날릴지 방향은 이미 정했었고 슈팅 타이밍만 잘 맞추려고 했다”고 전했다.
PK를 내준 것에 대해선 “크로스가 낮게 오다 보니 공을 못 건드리고 선수와 부딪혔다. 그래서 PK를 내줬다”고 판정을 인정했다.
김동헌의 PK 선방은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 반격에 나선 인천은 전반 44분 음포쿠가 선제 결승골을 터트렸다.
나상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기성용(왼쪽)과 나상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김동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나상호와 김동헌은 악연은 또 펼쳐졌다. 전반 40분 나상호가 왼쪽 측면을 뚫은 김진야의 크로스를 받아 노마크 찬스에서 강하게 왼발 슛을 때렸다. 하지만 김동헌의 몸을 날린 슈퍼세이브로 서울의 동점골 기회가 무산됐다.
여러 차례 결정적 슈팅을 막아낸 김동헌은 본인에게 ’70점’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오늘 제 플레이가 100%였다고 볼 수 없다. 실수도 몇 번 있었고 골킥과 사소한 플레이 등에 만족 못 한다”며 “그래도 PK를 막았으니 70점 정도를 주겠다”고 말했다.
이제 K리그1은 약 2주간 휴식기에 돌입한다. 김동헌은 “못 막았으면 (휴식기에) 군대 갈 준비를 하려고 했다. 3연승을 달릴 기회에서 PK를 내주며 다음 경기에 못 나갈 뻔했다”고 농담했다. 이어 “형들이 ‘너가 시나리오를 다 썼다’고 칭찬해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동헌이 생각한 인천의 상승 비결은 ‘원팀’이라고 밝혔다. 김동헌은 “원팀이 돼서 운동할 땐 재밌게 운동한다. 또 최근 울산 현대를 이긴 뒤 선수들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수비 조직력도 전보다 안정됐다”고 전했다.
김동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김동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김동헌.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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