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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로 날아간 배트에 맞고도…’ 큰일 날 뻔한 토종 에이스, 그래도 화 한번 안 내는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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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태인이 22일 대구 KT전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원태인이 22일 대구 KT전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물론 상대 타자도 당연히 고의가 아니었다. 손에서 놓친 배트가 마운드를 향했던 아찔한 상황. 결국 투수의 글러브를 착용한 손을 강타하고 말았다. 타자였던 이호연(28·KT 위즈)은 즉각 고의가 아니라며 미안함을 표했다. 마운드에 서 있던 선수는 삼성 라이온즈의 토종 에이스 원태인(23). 그는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다시 일어나 묵묵히 자신의 공을 던졌다.

삼성 라이온즈는 22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관중 1만356명 입장)에서 펼쳐진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에서 7회 3점, 8회 1점을 각각 뽑은 끝에 5-2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32승 50패를 마크하며 후반기 첫 승을 거뒀다.

이날 삼성의 선발 투수는 원태인. 그는 비록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겨주며 아쉽게 승리 투수가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원태인의 호투가 받쳐주지 않았다면, 이날 삼성의 승리도 없었을 터다.

원태인은 1회부터 4회까지 단 한 점도 허용하지 않은 채 쾌투를 이어 나갔다. 이어 팀이 1-0으로 앞서고 있던 5회초. 원태인이 선두타자 강백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다. 후속 이호연이 타석에 들어선 가운데, 강백호가 2루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런 앤드 히트 작전이 걸렸던 것일까. 이와 동시에 이호연이 배트를 휘두르며 공을 맞히려 했으나 실패했다. 그런데 동시에 이호연이 놓친 배트가 마운드를 향해 날아가고 말았다. 다행히 원태인도 빠르게 반응했다. 그는 글러브를 낀 손을 내밀며 배트를 막아냈다. 자칫 큰일이 날 수도 있는 상황. 잠시 마운드에 주저앉은 원태인은 자세를 가다듬은 뒤 다시 일어났다. 삼성 팬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이호연은 재차 포수 강민호를 향해서도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원태인은 이호연을 삼진 처리하며 한숨 돌렸다. 하지만 배정대와 김민혁에게 연속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6회를 삼자 범퇴로 막은 원태인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강백호를 삼진 처리한 뒤 대타 박경수와 배정대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1, 2루 위기를 맞이했다. 결국 여기까지였다. 1점 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태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원태인의 성적은 6⅓이닝 6피안타 1볼넷 8탈삼진 2실점(2자책). 총 104개의 공을 뿌린 가운데, 속구 45개, 슬라이더 22개, 체인지업 21개, 커터 9개, 커브 7개를 각각 구사했다. 속구 최고 구속은 149km가 찍혔다.

원태인이 22일 대구 KT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원태인이 22일 대구 KT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원태인이 22일 대구 KT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원태인이 22일 대구 KT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원태인(오른쪽)이 22일 대구 KT전에서 김지찬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원태인(오른쪽)이 22일 대구 KT전에서 김지찬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박진만 삼성 감독은 승리 후 “원태인이 훌륭한 피칭을 해줬다. 승리 투수까지 이어지지 못해 아쉽지만, 마운드에서 선발 투수로서 책임감 있게 던지는 모습이 돋보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감독은 “오랜만에 라이온즈 파크에서 역전승을 거둔 것 같다. 모든 선수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이다. 앞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삼성 라이온즈다운 야구를 보여줄 수 있도록 더 잘 준비하겠다”고 약속한 뒤 “끝으로 강민호의 기록 달성을 축하한다”고 전했다. 이날 강민호는 2회 선제 솔로포(시즌 12호, 개인 통산 315호)를 치며 KBO 리그 역대 포수 통산 최다 홈런 부문 단독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후 원태인은 “(강)민호 형의 포수 최다 홈런 기록을 전광판을 통해 알게 됐다. 이후 좀더 집중하면서 던졌다.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민호 형의 대기록과 함께 팀이 이겨 기분 좋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에게 배트가 날아왔던 상황에 대해 “2경기 연속 방망이가 날아와 놀랐다. 그런 상황 이후에 흔들린 것에 대해 스스로 화가 났다. 앞으로 그런 일이 안 생기는 게 좋겠지만, 다음번에는 흔들리지 않고 던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원태인은 “남은 후반기에서는 로테이션을 안 거르고 최대한 많은 경기, 이닝을 던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오늘도 그랬듯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게 제 임무라 생각한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사실 원태인은 짜증을 내거나 인상을 찌푸리는 등의 모습과 거리가 먼 스타일이다. 늘 생글생글 웃으며, 때로는 야성미 넘치는 ‘포효 세리머니’로 삼성 팬들에게 전율을 안기기도 한다. 심판의 스트라이크·볼 판정에도 좀처럼 항의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1일 이에 대한 질문에 원태인은 “제가 아직 어리기도 하고(웃음), 매 경기 만나야 하는 심판님들이다. 심판도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혹여나 아쉬운 판정이 나오더라도, 저는 최대한 웃으면서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 제가 그런 부분에서 흔들리면 제 경기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최대한 좋게, 인사도 잘 드리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역시 생글거리며 밝게 이야기했다.

원태인(오른쪽).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원태인(오른쪽).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원태인의 트레이드 마크 '포효'.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원태인의 트레이드 마크 ‘포효’.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포효하는 원태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포효하는 원태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원태인이 지난 21일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원태인이 지난 21일 취재진과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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