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때문에 경기 뛰지 못하자 4년 계약 종료…이후 윔블던 우승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15일 영국 런던에서 끝난 윔블던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마르케타 본드로우쇼바(체코)는 지난해까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 후원을 받는 선수였다.
1999년생 본드로우쇼바는 2019년 프랑스오픈에서 준우승하고,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단식 은메달을 목에 거는 등 장래가 유망했다.
나이키 후원은 특히 테니스에서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 등 말 그대로 ‘톱 랭커’ 중에서도 소수의 선수만 받는 혜택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본드로우쇼바는 2019년 하반기를 손목 부상 때문에 쉬었고, 지난해에도 손목 수술을 받아 4월부터 10월까지 반년 정도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왼손잡이 본드로우쇼바에게 왼쪽 손목 부상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결국 나이키는 지난해를 끝으로 본드로우쇼바와 계약을 끝냈는데, 본드로우쇼바가 윔블던 우승이라는 ‘대형 사고’를 치면서 나이키의 계약 종료 결정이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게 됐다.
세계 랭킹 42위 본드로우쇼바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세계 랭킹이 도입된 1975년 이후 윔블던 단식에서 우승한 가장 낮은 순위의 선수가 됐다.
상위 32명에게 주는 시드를 받지 못하고 윔블던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본드로우쇼바는 15일 온스 자베르(6위·튀니지)와 결승에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뛰었지만 이는 후원 계약과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결승 진출에 성공한 뒤 기자회견에서 “나이키와 계약은 작년으로 끝난 것이 맞다”고 확인하며 “4년간 계약을 이어왔고, 나이키에서 계약을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우승한 뒤 인터뷰에서 ‘당신과 계약을 끝낸 나이키 관계자가 후회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본드로우쇼바는 “잘 모르겠다”며 “에이전트와 이야기 중이니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새로운 후원 계약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본드로우쇼바는 1년 전인 지난해 윔블던에는 왼쪽 손목 수술을 받아 깁스한 상태에서 동료 선수 응원을 왔다.
2019년 14위까지 올랐던 그의 세계 랭킹은 지난해 6개월 이상 공백기 탓에 올해 2월에는 100위 밖으로 밀려났다.
이때만 해도 나이키의 결정이 합리적인 것으로 보였지만 본드로우쇼바가 윔블던 우승 트로피를 들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본드로우쇼바의 팔에 새겨진 문신 ‘비를 맞아야 꽃이 핀다'(No Rain, No Flowers)라는 문구처럼 본드로우쇼바의 부상 기간은 비를 맞는 때였던 셈이다.
본드로우쇼바는 다음 주 세계 랭킹에서 개인 최고인 10위까지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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