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키움 히어로즈는 위풍당당했다. 당시 1위 SSG 랜더스를 거세게 추격하면서 전반기를 마무리했던 키움은 포스트시즌에서 플레이오프 업셋을 달성해 한국시리즈로 진출했다. 키움은 SSG와 치열한 한국시리즈 접전 끝에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다.
키움은 올 시즌을 ‘윈 나우’로 규정하고 준비했다. 간판스타 외야수 이정후가 올 시즌 종료 뒤 포스팅 자격으로 국외 진출에 나서는 까닭이었다. 그래서 키움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전력을 유지하면서 지난 겨울 평소와 다르게 적극적인 전력 보강 움직임도 보였다. 외야수 이형종, 투수 원종현을 영입하면서 약점을 메운 키움은 올 시즌 대권 도전에 나설 만한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전반기 키움은 부진에 부진을 거듭했다. 주전 줄부상이 전반기 내내 키움을 괴롭힌 까닭이었다. 약점인 불펜에 새 힘이 돼야 할 원종현은 팔꿈치 통증으로 긴 시간을 재활로 보내다가 최근 다시 통증이 재발해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됐다. 시즌 아웃 판정이 나왔다. 오랜 기간 팀 선발 마운드를 지켰지만, 내전근 부상으로 이탈한 에릭 요키시와도 시즌 중간 쓰라린 이별을 해야 했다.
지난해 팀 중심을 잡았줬던 베테랑 이용규도 오른쪽 손등 부상으로 2개월 넘게 자리를 비우고 있다. 최근 김휘집(햄스트링)과 신준우(발목 인대)가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타격감이 그나마 좋았던 임지열마저 사구 엄지손가락 골절상으로 장기 이탈이 결정됐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그나마 최근 팀 타자들 가운데 가장 타격감이 좋았던 임지열까지 빠지게 됐다”라며 진한 한숨을 내쉬었다.
여러모로 키움이 시즌 전 구상했던 ‘100% 전력’ 가동은 쉽지 않은 분위기다. 야심차게 재영입한 외국인 타자 에디슨 러셀마저 최근 손목 부상으로 빠져 있다가 새 외국인 타자 로니 도슨으로 교체됐다. 시즌 중간 KBO리그 무대를 밟는 외국인 타자의 적응 여부는 물음표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베테랑 내야수 이원석도 ‘게임 체인저’로 보긴 어렵다.
결국, 지난해 ‘커리어 하이 모드’를 보여준 이정후와 ‘쿠바산 괴물’로 다시 돌아온 야시엘 푸이그의 시너지 효과를 넘어서는 게 쉽지 않은 과제였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이정후의 기세도 다소 꺾였기에 키움 팀 타선 하락세가 더 체감되는 분위기다.
키움 팀 타선은 전반기 리그 타율 8위(0.254), 출루율 8위(0.328), 장타율 8위(0.347)로 리그 하위권 타격 지표를 보여줬다. 거기에 팀 홈런 리그 최하위(35홈런)에 팀 도루(33도루) 리그 최하위에 그치면서 어디 한 쪽에서든 특출한 공격 방향성을 전혀 못 보여줬다. 예상하지 못한 줄부상과 함께 지난 겨울 구단이 던졌던 전력 보강 승부수들이 결국 패착으로 이어진 그림이다.
올 시즌 윈 나우 기회를 이대로 허망하게 날린다면 키움은 2024시즌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전망이다. 이정후가 빠진 빈자리를 메우는 건 천하의 영웅군단이라도 풀기 어려운 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현재 전력에서 엄청난 변화가 없다면 2024년엔 김혜성 홀로 ‘소년가장’이 될 수밖에 없다.
키움은 전반기 막판 7연패 추락과 함께 리그 9위에 머물렀다. 물론 후반기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여전히 5위 롯데 자이언츠와 격차는 3.5경기 차로 후반기 추격이 가능한 숫자다. 무엇보다 키움은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다. 안우진-최원태-정찬헌으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진의 안정감은 후반기 레이스에서 큰 힘이 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팀 타선과 팀 불펜이다. 팀 타선에선 새 외국인 타자 합류 효과와 더불어 팀 불펜에선 새로운 얼굴이 튀어나와야 한다. 과연 홍원기 감독이 힘겨웠던 전반기 기억을 떨치고 후반기 반등을 어떻게 준비할지 궁금해진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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