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승을 달렸던 KIA 타이거즈는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내심 7연승 달성과 함께 화려한 피날레를 꿈꿨다. ‘대투수’ 양현종의 개인 통산 선발승 1위 타이기록(전 한화 이글스 송진우 163선발승) 달성이 걸린 경기기도 했다.
경기 초반 흐름은 팽팽했다. KIA는 1회 초 양현종이 2사 만루 위기에서 ‘옛 동료’ 류지혁을 3루수 땅볼로 잡고 선제 실점 허용을 막았다. KIA도 1회 말 상대 선발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을 상대로 선두타자 최원준이 안타로 출루했지만, 후속타자 김도영의 병살타가 찬물을 뿌렸다.
승부의 균형은 다소 허망하게 깨졌다. KIA는 3회 초 2사 1루 상황에서 호세 피렐라의 투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양현종이 다소 애매한 바운드로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튄 타구를 잡아 곧바로 1루로 공을 던졌다. 하지만, 양현종의 송구는 왼쪽으로 크게 빗나가 2사 1, 3루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타자주자 피렐라가 1루 스리피트 라인을 침범하는 주루를 펼쳤다. 양현종이 공을 잡은 위치에서 1루 베이스로 송구하는 방향을 피렐라가 스리피트 라인을 침범하면서 완벽히 가린 장면이었다. KIA 벤치는 곧바로 스리피트 수비방해 여부와 관련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다.
비디오 판독 시간 3분을 가득 채운 끝에 판독실에서 내린 결론은 스리피트 수비방해 불인정으로 원심 유지였다. 스리피트 수비방해 판정 번복을 확실한 양현종은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KIA 김종국 감독은 곧바로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심판진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결국, 김 감독은 오랜 항의 끝에 퇴장 조치를 받았다.
KIA 벤치는 6월 16일 광주 NC 다이노스전 당시 신범수의 스리피트 수비방해 관련 판정 번복 상황을 겪었기에 더 격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당시 5회 무사 1, 2루 상황에서 신범수는 희생번트를 댄 뒤 1루로 내달렸다. 상대 1루 송구가 신범수의 발에 맞으면서 세이프 판정이 나왔다.
하지만, NC 벤치의 스리피트 수비방해 관련 비디오 판독 요청이 이뤄졌고, 스리피트 수비방해로 판정이 번복됐다. 당시에도 김종국 감독이 나와 심판진에 항의하면서 퇴장 조치를 받았다. 앞선 두 차례 스리피트 수비방해 상황에서 모두 KIA가 손해를 봤기에 더 억울한 심정이었다.
KBO 허운 심판위원장은 양현종의 스리피트 수비방해 불인정 상황에 대해 “현장 심판진과 비디오 판독실 심판들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허 위원장은 KBO 야구규칙 6.01 방해·업스트럭션 (10)항 ‘1루에서 수비가 벌어지고 있을 때 주자가 본루~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면서 파울 라인 안팎의 3피트 라인을 벗어남으로써 1루로 던진 공을 받거나 타구를 처리하는 야수에게 방해가 되었다고 심판원이 인정하였을 경우’에 부합하는 판정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허 위원장은 “양현종 선수가 스리피트를 위반해 달리는 피렐라 선수를 의식해 악송구가 나왔다는 점은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심판진은 야구규칙만으로 판정을 내려야 한다. 규정에 나왔듯 ‘야수에게 방해가 되었다고 심판원이 인정하였을 경우’라는 문구가 중요하다. 현장 심판진과 비디오 판독실 심판들이 봤을 때는 양현종이 1루 방향으로 정상적인 송구를 한 게 아니라 악송구를 한 것으로 그 장면을 판단한 거다. 정상적인 송구를 했다고 심판진이 인정하지 않았기에 그런 판정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범수의 스리피트 수비방해 번복 판정과도 상황이 다르다는 게 허 위원장의 시선이다. 양현종 송구가 피렐라를 맞혔더라도 1루를 향해 공이 날아갔다면 수비방해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단 뜻이다.
허 위원장은 “신범수 선수 장면은 당시 비디오 판독실에서 상대 수비 송구가 1루 방향으로 제대로 날아가는 상황으로 판단했다. 결국, 송구가 스리피트 라인을 위반한 신범수의 몸에 맞았기에 수비 방해 판정이 나왔다. 반대로 양현종 선수 송구는 던질 때부터 이미 1루수가 잡기 힘든 방향으로 악송구가 이뤄졌다고 현장 심판진과 비디오 판독실에서 판단한 거다. 양현종 선수가 설사 피렐라 선수를 공으로 맞추더라도 심판진이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1루 방향으로 날아가는 송구를 했어야 했다. 그렇게 됐다면 수비 방해 판정을 받았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사실 스리피트 판정의 근본적인 문제는 앞선 사례에서 보듯 심판진의 자의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단 점이다. 또 향후 비슷한 수비 장면에선 상대 주자가 공을 맞더라도 송구하는 게 옳다는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선수 관점에선 그라운드 위에서 함께 뛰는 동료를 향해 송구하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부담감을 안게 된다. 향후에도 여러모로 논란의 여지를 남길 만한 스리피트 판정 규정이다. 허 위원장은 “1루로 향하는 송구가 정상적인 송구인지 악송구인지를 심판진의 판단을 존중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만약 타자주자가 스리피트를 위반했다고 해서 수비수가 그냥 아무 곳이나 멀리 공을 던져놓고 수비 방해를 주장한다면 모든 상황을 다 받아줘야 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허 위원장은 “무엇보다 현재 야구규칙상으로는 심판진의 자의적인 판단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스리피트 수비방해 관련 규정이 딱 무를 자르듯이 정해질 수 없다. 몇 년 전에 현장의 요청으로 스리피트 라인을 침범만 해도 수비 방해를 줬다가 이건 야구가 아니라고 해서 다시 바뀌지 않았나. 향후에도 스리피트 관련 각각 상황에 따라 심판진의 자의적인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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