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0일 중국 충칭서 결승 3번기…상대 전적은 1승 3패로 뒤져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한국 바둑랭킹 3위 변상일(26) 9단이 생애 첫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변상일은 17∼20일 중국 충칭에서 열리는 제14회 춘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에서 중국 랭킹 5위 리쉬안하오(28) 9단과 우승컵을 놓고 맞붙는다.
2012년 1월 입단한 변상일은 2021년 국수산맥배 세계프로최강전, 2022년 크라운해태배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국내 대회와 제한 기전에서 통산 5차례 우승컵을 차지했다.
그러나 메이저 세계기전은 결승에 오른 것도 처음이다.
변상일은 지난해 3월 열린 춘란배 24강과 16강에서 일본의 이치리키 료 9단과 중국의 구쯔하오 9단을 차례로 꺾었다.
작년 12월 재개된 8강전에서는 중국의 리웨이칭 9단에게 짜릿한 반집승을 거둔 뒤 4강에서 역시 중국의 강호 탕웨이싱 9단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맞붙는 리쉬안하오는 지난 겨울 심각한 ‘치팅(Cheating)’ 의혹에 휩싸였던 기사다.
치팅은 바둑이나 장기, 체스 등 보드게임에서 부정행위를 의미한다.
2008년 입단한 리쉬안하오는 중국 랭킹 20∼30위에 머무는 평범한 기사였다.
그런데 20대 후반인 지난해 갑자기 기량이 급성장하며 랭킹 1위까지 치고 올라와 바둑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춘란배 8강에서 자국 강자 양딩신 9단을 꺾은 뒤 4강에서는 세계 최강으로 평가되는 신진서(23) 9단마저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특히 신진서와의 대국에서 리쉬안하오는 인공지능(AI) 일치율이 무려 85%에 이르는 등 사람이 뒀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완벽한 수를 연속으로 구사했다.
그러자 4강전이 끝난 뒤 양딩신이 리쉬안하오의 치팅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해 커다란 파문이 일었다.
발칵 뒤집힌 중국 바둑계는 리쉬안하오가 치팅했다는 물증이 없다며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양딩신에게 자격정지 징계를 내리고 서둘러 사태를 봉합했다.
양딩신의 도발에 일절 대응하지 않았던 리쉬안하오는 이후 갑자기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올 초 1위였던 중국 랭킹은 최근 5위까지 밀렸다.
지난 5월 열린 LG배 16강에서는 신진서에게 완패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쉬안하오는 춘란배만큼은 우승을 놓치지 않겠다며 의지를 불태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애 처음 메이저 세계기전에서 우승할 기회이자 자신에게 쏟아진 ‘치팅’ 의혹도 불식시킬 수 있는 대국이기 때문이다.
변상일도 절대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다.
지난해 11월 삼성화재배 4강에서 최정 9단에게 패한 뒤 자책의 눈물을 흘렸던 변상일에게도 춘란배는 어렵게 찾아온 첫 우승 기회다.
통산 상대 전적은 변상일이 리쉬안하오에게 1승 3패로 뒤져 있다.
2018년 10월 첫 대국에서 승리한 뒤 2020년 이후 만난 세 번의 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그러나 최근 기세는 변상일이 앞선다는 평가다.
변상일은 2021년 1월 이후 신진서와 박정환에 이어 한국 랭킹 3위를 꾸준하게 지키고 있다.
춘란배 결승 1국은 17일 열리고 2, 3국은 각각 19, 20일에 치러진다.
우승 상금은 15만달러(약 1억9천200만원), 준우승 상금 5만달러(약 6천400만원)다.
제한 시간은 각자 2시간 30분에 1분 초읽기 5회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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