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 데뷔 타석 역전포…콜로라도 구단 최초·포수로는 역대 7번째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는 하늘이 정해주는 선물과도 같다.
양대 리그 정규시즌 MVP 후보로 손꼽히는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도,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도 올스타전 MVP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대신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포수 엘리아스 디아스(콜로라도 로키스)에게 야구의 여신이 미소 지었다.
디아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에서 8회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때렸다.
11년 만에 내셔널리그(NL)에 3-2 승리를 안긴 결승타의 주인공에게 MVP가 돌아가는 것에 이견은 있을 수 없었다.
NL 올스타가 1-2로 끌려가던 8회 무사 2루에서 호르헤 솔레르(마이애미 말린스) 타석에 대타로 등장한 디아스는 펠릭스 바우티스타(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스플리터를 공략해 그대로 왼쪽 담을 넘겼다.
올스타전 데뷔 타석에서 결승 홈런을 때린 디아스는 9회에도 한 차례 더 타석에 들어가 삼진으로 물러났다.
디아스는 이번이 첫 올스타전 출전이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2008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입단한 그는 2015년 빅리그에 데뷔해 백업 포수로 2019년까지 피츠버그에서 뛰었다.
2019년 시즌이 끝난 뒤 피츠버그에서 방출되고는 현재 소속팀인 콜로라도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한 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다시 빅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2021년에 18개를 때린 게 한 시즌 최다 홈런인 디아스는 올해 전반기 타율 0.277에 9홈런, 45타점으로 데뷔 이래 최고의 활약을 펼쳐 올스타전 무대에 초대받았다.
쟁쟁한 스타 사이에서 축제를 즐겼던 그는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콜로라도 구단 역사상 최초의 ‘올스타 MVP’에 등극했다.
디아스는 올스타전이 끝난 뒤 그라운드 인터뷰에서 “저와 제 가족에게 큰 의미가 있다. 제가 해낸 것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올스타전 출전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기뻐했다.
기자회견에서 디아스는 좀 더 자세하게 ‘인생 최고의 순간’을 돌아봤다.
디아스는 “그저 팀이 승리하는데 뭐든지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올스타전에 출전했는데, (경기의 주인공이 돼서) 승리를 가져다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디아스의 홈런에 누구보다 기뻐한 내셔널리그 동료 후안 소토(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처음 올스타에 뽑힌 디아스가 홈런을 쳐서 정말 기뻤다. 그가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 알고 있다”고 했다.
MLB닷컴은 “디아스가 포수로는 역대 7번째 올스타 MVP에 올랐고, 베네수엘라 출신으로는 1982년 데이브 콘셉시온(신시내티 레즈) 이후 41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 수상”이라고 전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베네수엘라”를 외치기도 했던 디아스는 “(올스타 MVP를 받은) 쟁쟁한 이름들 옆에 내 이름이 있다는 걸 믿을 수 없다.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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