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단양, 권수연 기자)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KGC인삼공사, IBK기업은행까지 거쳐간 프로팀만 세 곳이다. 여기에 바리스타, 배구 해설위원까지 거쳐 다시 코트 위로 돌아왔다.
지난 3일, ‘2023 한국실업배구 단양대회’가 열리고 있는 단양국민체육센터를 찾았다. 당시 장영은(前 KGC인삼공사) 백목화, 이진(前 IBK기업은행) 등이 소속 멤버로 있던 대구시청이 포항시체육회를 상대로 맞아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하고 결승에 올라간 상황이었다.
프로시절부터 날카로운 서브로 정평이 난 백목화가 대구시청의 리시빙 아포짓 스파이커로 이 날 맹활약했다.
백목화는 경기 후 열기가 풀풀 올라오는 운동화를 벗고 같은 구단 출신이자, 지금은 같은 팀이 된 후배 이진과 함께 본지 기자 앞에 풀썩 앉았다. 노련하게 인터뷰에 응하는 폼에서 베테랑의 연륜이 물씬 풍겼다.
“어, 저 먼저 인터뷰할까요?”
씩 웃은 백목화는 “4세트는 우리 서브가 약했고 상대가 잘 버텼는데, 상대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5세트가 잘 풀렸다”고 그 날 경기 소감을 명료하게 밝혔다.
백목화는 2022년 1월 대구시청 배구단에 입단했다. 두 번째 입단이니 재입단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지난 2007년 현대건설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1년이 지나 인삼공사로 이적, 12-13시즌에는 윙스파이커로서의 최전성기를 맞이한다. 그러나 15-16시즌 이후 협상불발로 FA 미아가 되었고, 이에 대구시청에 첫 입단했다.
그렇게 발 들인 실업리그에서 한 시즌을 뛰고 물러난 그는 “바리스타를 준비하고 있다”는 깜짝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배구 말고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어 선택한 길이었다. 커피를 워낙에 좋아했고, 그 일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어쩐지 깊이 들어갈 수 없었다. ‘배구본능’을 끊을 수 없던 그에게 기업은행이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백목화는 “코트에서 넘어지고, 소리치는 것이 그리웠다. 또 그때 기업은행이 성적이 워낙 좋았어서 더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후에는 아기때문에 그만 뒀다. 육아가 사실 배구보다 더 어렵다”며 빙그레 웃었다.
지난 2020년 결혼해 현재 두 살배기 딸을 키우고 있는 그는 육아와 배구를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농담삼아 “(아기를) 어린이집에 안 보내고 키우는 것보다 나와서 운동하는게 더 낫다”며 웃음을 터뜨린 그는 “지금은 남편이 아이를 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어린 딸이지만 엄마가 운동하는 것도 알고, 기특하게 응원도 전해준다. “(딸의 응원이) 굉장히 힘이 된다”고 말한 그는 ‘딸에게 어떤 엄마로 기억에 남고싶느냐’는 질문에 “엄마가 최선을 다하는 선수였다고 알아줬으면 좋겠다, 잘한다는 이야기보다는 열심히 하는 선수라는 이야기가 좋았다. 승패에 상관없이 딸이 그걸 알아줬으면 한다”고 소탈하게 말했다.
곁에 있던 이진을 바라보자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눈을 빛냈다. 백목화와 눈이 마주쳤다. 같은 기업은행 출신이지만, 이진이 오기 직전 은퇴한 백목화는 그의 토스를 처음 실전에서 제대로 받아봤다. 후배의 운영이 어떤지 짧게 물었다.
“제가 빠른 공을 좋아하는데 지금 딱 좋아요. 연차가 있어서 운영도 할 줄 알고 여유도 있어보여요. 전력에 훨씬 플러스가 되는 선수에요”
대구시청 배구단을 이끄는 고부건 감독의 철학은 ‘행복배구’다. 원하는 배구를 마음껏 하고, 경기를 개운하게 마친 두 사람이 동시에 귀띔해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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