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과 너무도 다른 1년 후 대접. 최소한의 대우조차 없었다.
이세범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U-19 남자농구 대표팀은 국제농구연맹(FIBA) U-19 헝가리 남자농구 월드컵 일정을 마치고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1년 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U-18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22년 만에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던 대한민국.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이탈, 터무니없이 짧은 소집 기간, 해외 전지훈련은커녕 해외 팀과의 평가전조차 없었던 그들은 세계 대회에서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대한민국은 9~16위 결정전에서 마다가스카르를 꺾은 것을 제외하면 개최국 헝가리와 튀르키예, 아르헨티나, 세르비아, 중국, 브라질에 모두 패했다. 그러나 헝가리와 세르비아전을 제외하면 대부분 대등한 경기를 치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케 했다.
경기 내용을 떠나 결과가 너무 안 좋았던 탓일까. 선수단이 입국한 4일 인천국제공항에는 한국중고농구연맹 관계자만 그들을 맞이했을 뿐 대한민국농구협회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1년 전 아시아를 제패했을 때는 권혁운 회장까지 나설 정도로 환영식을 가진 협회였지만 이번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세계 대회 성적이 좋지 않았던 만큼 전과 같이 대단한 환영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소한 고생했다는 제스처는 취했어야 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이번 선수단에 대한 지원 역시 최악이었다. 최소한 넉넉한 소집 기간을 제공했어야 했지만 특정 대학 팀의 선수 차출 관련 문제가 겹쳐 소집일이 일주일 가까이 밀렸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해외 팀과의 평가전이 없으니 현지 적응 및 경기 감각, 신장 열세에 대한 대비도 전혀 할 수 없었다. 1년 전과 달리 프로 팀들이 연습경기를 치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에 도움도 받지 못했다(전주 KCC는 훈련 체육관 및 숙식 제공). 몇몇 대학 팀들의 배려로 출국 전까지 연습경기를 가질 수 있었지만 현지 적응 및 신장 열세에 대한 대비는 아예 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과 가까운 일본은 수차례 소집 훈련을 가져 손발을 맞췄고 스페인 전지훈련을 통해 경기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180도 다른 준비 과정이다.
훈련 여건이 최악에 가까웠던 건 결국 협회의 재정 및 행정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대회를 잘 치르고 왔다는 것에 대해 성의 표시는 있었어야 했다. 여러모로 상처만 가득한 이번 대표팀이다.
그들이 입국하면서 유일하게 손에 쥔 건 헝가리에서 선물한 와인이었다. 헝가리는 이번 월드컵 공식명이 표시된 나무 상자에 와인을 담아 출전한 모든 팀에 선물했다고 한다. 씁쓸한 현실이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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