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두산 베어스가 가장 의지하는 선수는 단연 포수 양의지다. 타격뿐만 아니라 투수들을 이끄는 안방마님으로서 활약상도 대체불가다. 양의지의 체력 안배를 고심했던 두산 이승엽 감독도 고심에 빠졌다. 양의지를 경기에서 빼는 결정 자체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양의지는 올 시즌 6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2/ 73안타/ 7홈런/ 36타점/ 출루율 0.428/ 장타율 0.476를 기록했다. 팀 내 유일한 시즌 타율 3할 타자가 바로 양의지다. 포수 수비 이닝은 429이닝(리그 7위)을 기록한 가운데 도루 저지율(66.7%)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이처럼 주전 포수로서 팀 투수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는 데다 팀 타선에선 중심 타순에서 해결사 역할을 도맡는다. ‘의지 베어스’라고 표현해도 과연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1987년생 베테랑 포수인 양의지의 나이를 고려하면 체력 안배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다. 게다가 시즌 초 WBC 대표팀까지 다녀왔기에 ‘포수 양의지’를 조금 더 아껴야 할 수밖에 없다.
전반기 동안 체력 소모가 컸던 양의지는 주루 도중 정강이를 다치기도 했다. 최근엔 허리 상태도 좋지 않은 편이다. 경기 후반 교체가 잦아진 이유도 불편한 허리 상태 때문이었다.
두산 이승엽 감독도 양의지의 체력 안배와 부상 방지를 위한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양의지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건 이 감독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 감독은 “양의지 선수가 안 아프기만 기도할 뿐이다. 정말 팀에 여유가 더 있었다면 양의지 선수를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쉬게 해주고 싶었다. 3연전에 한 번씩은 백업 포수가 선발 출전하면 좋겠는데 양의지 선수가 나가자마자 실점이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또 최근 타이트한 경기 흐름이 계속 이어져서 양의지 선수를 빼기 쉽지 않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7월 1일 양의지와 호흡을 맞춰 시즌 7승을 달성한 곽빈은 “(양)의지 선배와 대부분 배터리 호흡을 맞추는데 정말 감사할 뿐이다. 한국 최고의 포수와 뛴다는 건 정말 큰 영광이다. 그리고 허리가 안 좋으신 데도 팀을 위해 포수 마스크를 오늘도 쓰셨다. 이런 의지 선배의 투혼을 나와 팀 동료들이 모두 본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허리 상태를 향한 우려에 대해 양의지는 “두산 팬들께서 허리 상태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정말 철저히 관리해주는 덕분에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어떻게든 많은 경기에 나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것만이 그 응원과 걱정에 보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책임감을 보였다.
이 감독은 향후 팀 상황에 여유가 생기다는 가정 아래 양의지 체력 안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양의지 선수가 일주일에 다섯 번 포수 마스크를 쓰고 나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벤치 관점에서도 양의지 선수를 무리하게 쓰고 싶지 않다. 팀이 더 많은 승리를 거두면서 팀 득점력도 살아나 여유 있는 점수 차가 자주 나오면 양의지 선수에게 지금보다는 휴식 시간을 더 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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