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인종차별 사건 축구협회 공정위로…’솜방망이’ 논란 끝낼까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프로축구 울산 현대 선수들의 ‘SNS 인종차별’ 사건에 대한 축구계의 최종 판단을 내리는 작업을 대한축구협회가 시작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9일 SNS 인종차별 사건에 대한 징계 결과와 심의 내용을 축구협회에 통보했다.

이는 하급 단체가 징계권을 행사했을 경우 그 결과를 7일 안에 축구협회에 보고하도록 한 축구협회 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른 것이다.

축구협회 공정위는 이제 인종차별 행위를 한 울산 선수들에게 제재금 1천500만원과 1경기 출전 정지, 울산 구단에 제재금 3천만원을 부과한 프로연맹 상벌위의 징계 수위가 적정한지 판단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원칙적으로는 협회와 회원단체 간의 이중 처벌을 금지해 공정위가 추가로 제재금이나 K리그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공정위가 추가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가해 선수들에게 별도로 A매치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 규정의 ‘유형별 징계 기준’을 보면 ‘성, 국적, 인종 및 종교에 따른 차별’ 행위를 한 선수에 대해서는 ‘출전정지 3개월 이상, 자격정지 2년 이하’의 징계를 내리게 돼 있다.

이번 사건으로 프로연맹 징계를 받은 울산 소속 3명의 선수 중 박용우는 국가대표로 6월 A매치에 소집됐다.

프로연맹 징계를 받지는 않았지만, SNS상에서 인종차별적 대화에 참여해 상벌위에 불려 나갔던 정승현 역시 국가대표로 6월 A매치를 소화했다.

다음 A매치는 9월로 2경기가 치러진다. 9월 7일 웨일스에서 웨일스와 경기를 치르며, 두 번째 경기 상대는 확정되지 않았다.

만약 박용우와 정승현에 대해 공정위가 출전정지 징계를 내린다면, 9월 평가전에는 출전하지 못하게 된다.

선수가 인종차별 행위를 해 징계를 받는 것은 한국 축구 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공정위 판단에 많은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프로연맹 상벌위의 징계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상벌위는 해외 사례를 검토해 징계 수위를 정했다는 입장이지만, 팬들은 인종차별에 대한 한국 사회의 달라진 감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턱없이 낮은 수위의 징계로 K리그의 위상을 프로연맹이 스스로 깎아버렸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상벌위 규정은 인종차별 행위를 한 선수에게 ’10경기 이상의 출장정지 또는 1천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의 징계를 내리도록 하고 있는데, 이 두 가지를 반드시 ‘병과’해야 하는 것으로 상당수 팬이 잘못 이해한 점도 비판의 목소리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울산 구단은 28일 정승현에게만 1경기 출전정지를 내리는 자체 징계 결과를 발표했다. 울산은 특히 해당 선수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알파벳 A, B, C 등으로 지칭해 팬들의 화를 더욱 돋웠다.

김광국 구단 대표는 사과문에서 “연맹 상벌위가 판단한 것처럼 비하나 조롱의 의도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제3자에게 오픈되었을 때는, 이미 그들만의 대화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종, 성별 차이, 장애 여부 등에 따라 누군가에게 상처와 함께 차별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