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농구 역사에서 사라진 남자 박명수. 그가 중국의 옷을 입고 여랑이 앞에 섰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대표팀과 중국의 국제농구연맹(FIBA) 호주 여자농구 아시아컵 2023 조별리그 A조 최종전이 열린 지난 28일(한국시간). 호주 시드니 올림픽 파크 스포츠 센터에서 두 눈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있었다. 바로 박명수 전 감독이 중국의 코치로 벤치에 있었던 것이다.
박 전 감독은 한국 여자농구의 수치이자 죄인이다. 그리고 역사에서 지워졌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옳았다. 2007년 우리은행 감독 시절인 2007년 4월 전지훈련 도중 소속 선수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 결국 WKBL에서 영구제명됐다.
당시 재판부는 박 전 감독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했다. 초범이고 또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여기에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국위 선양했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였다.
한국 여자농구 역사에 있어 가장 치욕스러운 순간이었다. 이러한 일을 저지른 박 전 감독은 이후 국내 생활을 접고 중국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이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를 살펴본 결과 박 전 감독은 2022 FIBA 호주 여자농구 월드컵 최종예선부터 중국과 동행했다. 월드컵까지 정확한 보직에 대해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이번 아시아컵부터 코치로 확인됐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그리고 아시아컵까지 박 전 감독이 속한 중국과 2번 만났다. 결코 마주쳐선 안 될 인물과 무려 2번을 마주쳤고 심지어 경기까지 치른 셈이다. 중국 역시 박 전 감독이 왜 한국, 그리고 WKBL에서 영구제명됐는지 분명 확인 절차를 거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중국 내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어렵지 않게 이어갔고 결국 대표팀 코치까지 맡았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한국의 패색이 짙고 중국에 승기가 넘어간 시점, 박 전 감독은 중국 코치진, 선수들과 함께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국 여자농구 역사에서 용서받을 수 없는 죄인이 한국의 패배 직전 보인 미소.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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