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싸웠지만 진 건 진 것이다. 그래도 많이 배워갔으면 한다.”
이세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9 농구대표팀은 26일(한국시간) 헝가리 데브레첸 올라 가보르 아레나에서 열린 튀르키예와의 국제농구연맹(FIBA) U-19 헝가리 농구월드컵 조별리그 D조 두 번째 경기에서 76-91로 분패했다.
한국은 압도적인 피지컬 차이에도 탄탄한 수비, 그리고 트랜지션 게임으로 유럽 2위 튀르키예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 헝가리와의 첫 경기에서 다소 얼어붙었던 한국은 몸이 풀린 듯 자신들의 페이스를 유지했고 아시아 챔피언다운 기세를 잃지 않았다.
이 감독은 경기 후 MK스포츠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너무 열심히 뛰었다. 다만 진 건 진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정말 잘 싸웠지만 결과는 패배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했다. 그래도 정말 잘해줬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튀르키예의 21번 선수(사메트 이지토글루/216cm)가 너무 커서 최대한 막아내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강한 수비를 잘 펼쳐줬고 공격 역시 (문)유현이와 (이)유진이, (석)준휘가 골밑으로 파고들면서 외곽 찬스까지 잘 살렸다. 준비한 패턴도 평소보다 잘 소화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지난해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U-18 아시아 대회에서 선수비 후공격이라는 확실한 팀 컬러로 이란과 중국, 그리고 일본을 모두 잡아낸 채 우승했다. 이 감독은 결국 ‘언더 독’일 수밖에 없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같은 컬러를 유지했다. 그리고 튀르키예전에서 최고의 효과를 냈다. 특히 아르헨티나도 견디지 못한 튀르키예의 림 어택을 최대한 제어, 막판까지 시소게임을 펼쳤다.
이 감독은 “오전 훈련 때 상대가 엔트리 패스를 넣으면 뒤가 아닌 앞에서 막으라고 이야기했다. 뒤로 넘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앞에서 막아야만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또 가드가 엔트리 패스를 주려고 하면 달라붙어서 방해하라고 했다.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격할 경우 트랩 디펜스로 저지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성욱이와 (윤)기찬이가 파울 트러블에 걸리기는 했지만 최대한 많은 선수를 활용하려고 노력했고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잘해줬다. 성욱이와 기찬이의 잘못은 없다. 큰 선수들을 상대로 버티기 위해 한 파울이다. 다른 선수들이 공백을 잘 채워주면서 큰 문제가 없었다”고 바라봤다.
이날 한국의 공격을 이끈 건 3점슛 4개 포함 22점을 퍼부은 ‘캡틴’ 문유현이었다. 그는 강성욱이 부진한 상황에서 주장답게 팀을 잘 이끌었다. 이 감독 역시 잊지 않았다. 그는 “유현이의 슈팅 컨디션이 정말 좋았다. 앞선 수비 역시 적극적이었다. 메인 볼 핸들러로서 팀내 최단신 선수임에도 큰 선수들을 잘 상대했다. 힘든 상황이 많았지만 이겨내려 노력했고 정신력으로 버텼다”고 극찬했다.
이유진과 이도윤, 석준휘 등 고교 선수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게임 체인저 역할을 확실히 해내며 이 감독의 선택을 받은 것에 대해 확실히 증명했다.
이 감독은 “고교 선수들이 꼭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진이는 200cm인데도 볼 핸들러 역할을 할 수 있다. 몸이 말라서 첫 경기 때는 조금 위축되어 보였는데 튀르키예전에선 부딪쳐보려고 노력했고 본인 생각보다 잘 통하니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며 “190cm 가드가 없는 우리 팀에서 준휘의 역할이 크다. 잘해줘야 한다. (이)도윤이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몸싸움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파이터 역할을 잘해줬다. 21번 선수가 BQ도 좋은 편인데 잘 붙어주면서 최대한 막아내려고 했다. 지금 언급한 세 선수는 앞으로 많이 성장해야 한다. 또 우리가 성장시켜야 할 선수들이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하루 휴식 후 28일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두 팀 모두 2연패 중인 만큼 최종전 승자가 3위에 오른다. 한국은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조별리그 승리에 마지막으로 도전한다.
이 감독은 “우리의 농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튀르키예전이 헝가리전보다 내용적으로 더 좋았던 이유다. 아르헨티나의 피지컬도 튀르키예에 밀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수비 변화를 줄지, 아니면 잘 된 것을 더 단단하게 가져갈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공격에선 드리블보다 패스 횟수를 늘린 것이 잘 통했다.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를 흔들어야 찬스가 나온다고 생각했고 튀르키예전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전 역시 드리블보다는 스크린, 인 앤 아웃, 패스 등으로 흔들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 감독은 “우리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다. 또 경기 내용이 좋을 때도 있을 것이고 나쁠 때도 있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건 매 경기마다 우리 선수들이 배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부분이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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