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를 연고지로 하는 메이저리그(MLB) 야구단 ‘컵스’가 ‘장애인 차별’ 논란에 휘말린 지 6년여 만에 혐의를 벗게 됐다.
23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들에 따르면 컵스 구단과 열성 팬 가족이 컵스 홈구장 ‘리글리필드'(Wrigely Field)의 ‘장애인 접근성’을 놓고 벌인 긴 법정 공방이 컵스 승소로 일단락됐다.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시카고 연방법원) 재판부는 컵스가 2014년 개장 100년을 맞은 리글리필드에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 규모의 리노베이션을 단행하면서 휠체어 이용객을 위한 좌석을 충분히 만들지 않아 미국 ‘장애인복지법'(ADA·1990)을 위반했다는 원고 측 주장을 사실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호르헤 알론소 판사는 “리글리필드의 총 좌석수는 3만9천510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최소 209개의 휠체어 접근 가능 좌석이 있어야 한다”며 “리글리필드는 최소 210석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컵스 팬인 변호사 데이비드 A.세르다가 근이영양증으로 10살 때부터 휠체어에 의존해 사는 아들 데이비드 F.세르다(26)를 대신해 2017년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세르다 부자는 컵스가 리글리필드를 리노베이션 하면서 휠체어로 접근 가능했던 일부 구역의 장애인 전용 좌석들을 제거했다며 ‘장애인복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익수쪽 외야석의 휠체어 접근 가능 구역이 스포츠바로 바뀌었다며 “오랫동안 좋아하던 자리를 잃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어 “홈플레이트 뒷편의 장애인 전용 좌석들은 몇 줄 뒤로 밀려 앞좌석 관중이 일어서면 경기장 전체를 볼 수가 없다”고 부연했다.
세르다는 “컵스 구단은 위법 여부에 대한 우려나 모든 팬의 요구를 수용하는데 대한 관심 보다 금전적 이익에 좌우돼 시설 설계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면서 “컵스는 리노베이션을 할 때 ‘좌석 배치시 휠체어 접근 구역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한 장애인복지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도 아들과 함께 컵스 홈경기에 가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최고 자리이던 우익수쪽 외야석과 홈플레이트 바로 뒷자리는 더이상 없다. 이전만큼 경기를 즐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복지법은 휠체어 이용객이 일반 관중과 동일하거나 더 나은 좌석 위치·시야각을 선택할 수 있도록 요구한다”며 컵스가 우익수쪽 외야석과 좌익수쪽 외야석에 휠체어 접근 가능 좌석들을 재설치 또는 새로 설치하고, 홈플레이트 뒷편 하단 박스석을 장애인 전용으로 복원하고, 원고측 소송 비용을 모두 지불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컵스가 장애인복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알론소 판사는 “원고의 상황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원고는 피고가 장애인복지법을 위반한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컵스구단의 손을 들어준 이유를 설명했다.
판사는 “지난 4월 재판 과정에서 리글리필드 현장 실사를 나갔을 때 휠체어 이용 관중들을 위해 마련된 다양한 위치·좋은 전망의 좌석들, 우호적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세르다는 판결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항소 의사를 밝혔다.
1914년 문을 연 리글리필드는 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 펜웨이파크(1912년 개장)에 이어 미국에서 2번째로 오래된 프로야구장이며, 내셔널리그 소속 팀 구장 가운데는 최고 역사를 자랑한다.
시카고 시의 ‘역사적 건축물’로 지정돼 오랫동안 건물 개보수는 물론 광고물 설치도 엄격히 제한되다가 2012년 규제가 대폭 완화돼 2014년부터 4년에 걸쳐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단행했다.
이어 2020년 9월 미 국립 사적지(NRHP)로 등재됐다.
chicagorho@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