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스포츠 금윤호 기자) 한국 땅을 밟는 순간부터 ‘아시안컵 우승’을 외쳤던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목표는 변함 없었다. 또한 명확하지 않은 그의 방향성 역시 그대로였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클린스만 감독과 코치진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는 3월과 6월 열린 네 차례의 평가전에 대한 소감과 향후 대표팀 방향성에 대해 마련된 자리였다.
지난 3월부터 한국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클린스만 감독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순간부터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한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후 3월 두 차례 평가전에서 남미 강호 콜롬비아(2-2 무), 우루과이(1-2 패)와 맞붙어 1무 1패를 기록했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파악이 되지 않았다며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그대로 선발해 기용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을 비롯해 팬들 또한 대체적으로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6월 A매치 기간을 앞두고 클린스만 감독은 3월과는 달라진 명단을 공개했다. 안현범(제주)과 정승현, 박용우(이상 울산), 홍현석(헨트), 박규현(디나모 드레스덴) 등 성인 대표팀 출전 경험이 없는 선수들을 선발하며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색채를 보이려는 듯 했다.
그러나 많은 기대 속에 치러진 만큼 실망도 커졌다. 페루와의 경기에서 선제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패한 데 이어 한 수 아래로 평가된 엘살바도르전에서도 비기면서 클린스만 감독은 홈에서 열린 4연전 동안 부임 후 첫 승을 따내지 못했다.
결과를 챙기지 못하면서(승리) 전문가들과 팬들 할 것 없이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자 이를 의식한 듯 클린스만 감독은 22일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클린스만 감독은 “원래는 3월에 이런 자리를 만드려고 했다”며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급히 마련한 자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자리에서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은 모두 네 번의 평가전 모두 경기력은 좋았으며 긍정적인 부분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 보다 경기를 지켜본 이들이 묻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바로 클린스만 감독 만의 축구 철학과 방향성.
이에 대해 취재진은 몇 차례에 걸쳐 클린스만 감독에게 그의 철학과 하고자 하는 축구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그러자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 당시 했던 말과 비슷한 대답을 먼저 내놓았다. 그는 “내가 스트라이커 출신이라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한다. 많은 골을 넣었으면 한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즉답을 피했다.
개운치 않은 대답이 나오면서 취재진은 다시 한번 정말 하려고 하는 축구가 어떤 것인지 답해달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클린스만 감독은 “그럼 어떤 축구를 했으면 하는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클린스만 감독은 “내 축구 철학이 어떻다고 하는 것 보다 선수들이 편하게 생각하고 잘 맞는 전술로 팀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나간다면 점차 우리의 색깔을 만들어갈거라 생각한다”고 답하며 아직은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덧붙였다.
전임 파올로 벤투 감독은 부임 초반부터 자신 만의 확실한 생각을 밝혔다. 점유율을 높이면서 빌드업을 통한 주도적인 경기를 펼치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약팀과 강팀을 가리지 않고 비슷한 선수진 구성과 같은 전술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전술에 대한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벤투 감독은 재임 기간(4년 4개월) 홈에서 치른 26차례 경기에서 단 1패(19승 6무)로 결과를 가져왔고, 끝까지 밀고 나갔던 선수진과 전술로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대업까지 완수했다.
클린스만 감독을 너무 몰아세우기엔 아직 그가 대표팀을 맡은 기간이 너무 짧다. 그러나 에이스가 빠진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세부 전술 등을 통한 경기 운영 능력 등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매니저형 감독’이라는 굴레를 자신의 입담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자세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