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선택에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LG 트윈스 투수 백승현(28)은 2015년 2차 3라운드로 LG에 입단했다. 입단 당시에는 내야수였다. 그러나 내야수로 자리를 잡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군 문제를 해결하고 온 후에도 백승현이 자리를 차지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러다 2019년 겨울 질롱코리아 소속으로 호주로 갔다. 투수가 부족해 마운드에 올랐는데 150km이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누구도 예상 못한 재능을 보인 것. 이후 백승현은 2020시즌 도중 투수 전향을 결심했다.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2021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호투를 보인 뒤 1군에 콜업돼 1군 16경기 1홀드 평균자책 2.16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였다.
2021시즌 종료 후 받은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영향 탓일까. 2022시즌에는 12경기 1패 1홀드 평균자책 10.80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염경엽 LG 감독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다. 올 시즌 9경기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 2.08로 호투 중이다. 최근 염경엽 감독은 “박명근, 유영찬, 함덕주, 백승현이 승리조가 없는 상황에서 잘 버텼다”라고 칭찬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잠실 삼성전. 백승현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팀이 3-2로 앞선 9회초 1사 만루에서 함덕주에 이어 등판한 것. 한 번의 실투, 한 개의 안타면 동점은 물론이고 상대에 역전을 허용할 수 있는 위기였다. 그렇지만 백승현은 해냈다. 강민호를 삼진, 김동엽을 유격수 직선타로 돌렸다. 데뷔 첫 세이브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백승현은 “팀에 도움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긴장보다는 무조건 올라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언젠가 한 번쯤은 세이브를 거두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거둬 좋다”라고 덧붙였다.
투수 전향을 했던 그 순간을 돌아봤다.
그는 “질롱코리아를 다녀와서 2020시즌 전반기를 야수로 뛰었을 때,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도전, 선택을 하게 됐다.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비록 2군에 있을지 언정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질롱에서도 보여준 모습이 있었기에 구단도 내 선택을 존중해 주지 않았나”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시즌 초반 아파 내려갔을 때 많이 아쉬웠다. 그러나 그 계기로 절대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됐다”라며 “지난 시즌에도 내가 안 좋았던 이유는 수술 후유증이 아니라 내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시즌 때 운동량을 늘리려고 했다. 트레이닝 파트, 투수 코치님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여기까지 왔다”라고 덧붙였다.
투수로 전향해 성공 시대를 연 선수들이 꽤 있다. 대표적으로 나균안.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 에이스를 넘어 국가대표로 승선했다. 그러나 백승현이 보고 배우는 투수는 따로 있다. 바로 LG 마무리 고우석이다. 백승현은 “우리나라에 좋은 투수들이 많다. 우석이가 어렸을 때부터 올라가 경험을 많이 쌓았다. 가장 좋은 공을 던진다고 생각한다. 옆에 붙어 다니며 많이 물어본다. (임)찬규 형에게도 많이 물어보려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을 제외하면 우석이가 아픈 적이 없었다.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또 몸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계속 지켜봤다. 자주 물어보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투수로서 목표가 있을까.
그는 “감독님이 너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내가 커리어가 있는 선수도 아니고, 좋은 능력을 가진 선수도 아닌데…. 경기장에 나가면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싶다”라며 “크게 목표를 잡지는 않았다. 아프지 않고, 어떤 상황이든 마운드에 올라가서 공 한 개라도 더 던지고 싶다. 늦게 시작한 만큼, 야구장에 많이 나가 경기를 소화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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