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LG 트윈스와 맞대결에서 연이은 수비 미스와 득점권 기회 무산으로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셀 수 없었던 수비 미스가 나온 장면은 베어스 거미줄 수비가 사라진 상황을 증명했다. 상대적으로 수비가 더 탄탄했던 ‘잠실 라이벌’과 더 비교돼 더 씁쓸한 하루였다.
두산은 6월 16일 잠실 LG전에서 4대 7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3연패에 빠진 두산은 시즌 29승 1무 29패로 승률 5할을 위협받게 됐다.
경기 초반은 두산 선발 투수 최승용의 제구 난조가 문제였다. 최승용은 1회 말 2사 2루 상황에서 세 타자 연속 볼넷으로 밀어내기 볼넷 선제 실점을 기록했다. 이어 후속 타자 김민성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추가 실점까지 허용했다.
반격에 나선 두산은 2회 초 2사 1, 2루 기회에서 홍성호의 2타점 적시 2루타로 한 점 차 추격에 돌입했다.
5회 말 추가 실점을 내준 두산은 6회 초 무사 만루 기회에서 상대 1루수 포구 실책 때문에 이어진 득점으로 3대 4 추격에 돌입했다. 이어진 1사 만루 상황에선 대타 서예일이 희생 뜬공을 날려 4대 4 동점에 성공했다.
두산의 수비 미스 플레이는 6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두산은 6회 말 수비에서 1루 주자의 2루 도루 시도를 간파하고 피치 아웃으로 저지해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2사 뒤 2루수 이유찬이 홍창기의 평범한 2루 땅볼을 포구 실책을 범했다. 후속 타자 볼넷으로 이어진 1사 1, 2루 위기에서 이영하가 박동원을 3구 삼진으로 잡고 위기에서 탈출했다. 다만 없어도 될 실책 하나로 이영하의 투구수가 늘어난 건 7회 말 여파로 이어졌다.
두산은 7회 초 1사 1, 3루 상황에서 김재환의 헛스윙 삼진과 2사 만루 상황에서 강승호의 유격수 땅볼로 역전 기회를 놓쳤다. 상대 유격수 오지환과 1루수 정주현의 호수비가 빛났다.
7회 말 이영하는 멀티이닝 소화에 다소 힘이 떨어진 듯 1사 뒤 오지환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문보경과 김민성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역전 실점을 허용했다. 김민성의 적시타 때 좌익수 김재환이 순간 공을 놓쳐 라인 드라이브 타구 처리에 실패하는 아쉬운 수비 장면이 이 순간 나왔다.
8회 초에는 오히려 상대 수비가 빛났다. 이유찬의 3루 강습 타구를 감각적인 점프 캐치로 처리한 문보경과 정수빈의 2루타 때 군더더기 없는 중계 플레이로 1루 주자 이유찬의 홈 쇄도를 막은 장면이 탄탄한 수비의 힘을 보여줬다.
반대로 두산은 8회 말 수비로 완전히 무너졌다. 8회 말 등판한 정철원이 선두 타자 볼넷을 내준 뒤 견제 송구 실책으로 3루까지 진루를 허용했다. 후속 타자 박해민이 때린 2루 방면 땅볼을 이유찬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면서 3루 주자 홈인과 타자 주자 세이프를 모두 내줬다. 만약 이유찬이 포구를 제대로 했다면 실점을 막을 가능성도 있었다.
더 황당한 장면은 앞선 견제 실책 상황과 똑같은 장면이 반복된 것이었다. 정철원이 1루 주자 박해민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다시 송구 실책이 나와 3루 진루를 허용했다. 이어진 1사 3루 상황에서 오스틴을 전진 수비에 나선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유격수 박계범 송구가 원 바운드로 날아가 포수 양의지를 맞고 튕겨나가면서 3루 주자를 못 잡았다.
8회 말 한순간 승기를 빼앗긴 두산은 9회 초 마지막 공격에서도 김재환의 병살타가 나와 무기력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두산은 올 시즌 LG를 상대로 1승 4패 상대전적을 기록 중이다. 단순히 상대전적을 떠나 특히 수비력에 있어 LG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게 현실이다. 이날 패배에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도 역시 수비였다. 상대는 결정적인 순간 실점을 막아야 할 때 수비가 그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두산은 결정적인 순간 수비가 연달아 무너졌다. 4실책을 포함해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은 미스 플레이가 수두룩했다.
지난해까지 잠실 라이벌 적장이었던 류지현 해설위원도 이날 경기 생중계에서 두산의 연이은 수비 미스 플레이에 아쉽다는 평가를 계속 내렸다. ‘두산하면 수비’라는 자부심이 무너진 하루였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은 타석에선 슬럼프가 언제든 올 수 있다. 그래도 그라운드 위 수비에선 슬럼프가 와선 안 된다. ‘수비명가’ 두산만의 팀 색깔을 되찾는 게 시급해졌다.
김근한 MK스포츠 기자(forevertoss@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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